'유통왕국' 롯데도 바이오‧모빌리티 넘본다…신동빈, 5년간 37조 투자

중앙일보

입력 2022.05.24 17:31

‘유통 왕국’ 롯데가 바이오‧모빌리티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의약품‧전기차 등에 5년간 15조원을 쏟아붓는다. 향후 5년간 전체 투자(37조원)의 40%가 넘는다. 지난해부터 “신규 시장 창출”을 강조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 관계자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신규 사업 추진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케미칼이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자체개발 HDPE 소재로 꾸민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롯데]

지난 19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케미칼이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자체개발 HDPE 소재로 꾸민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롯데]

신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장단회의(VCM)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 회의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꾸준히 언급했다. 지난 2월 사장단회의에선 “시대의 변화를 읽고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데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며 “항상 새로운 고객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사장단회의에서도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며 비슷한 당부를 했다. 신 회장은 “신사업 발굴 및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의 5년 투자 지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이오‧모빌리티 진출이다. 전체 투자의 41%인 15조원을 쏟아붓는다. 롯데는 이달 말 104억원을 출자해 자회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연 이사회에서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있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2000억원에 인수한다고 의결했다. 본격적인 바이오 시장 진출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은 암·심혈관 질환·당뇨·간염 같은 질환의 처방 의약품이나 생물 제제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다. 국내에는 1조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 신설 등 10년간 바이오산업에 2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가 인수한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뉴욕 시러큐스 공장. [사진 롯데]

롯데가 인수한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뉴욕 시러큐스 공장. [사진 롯데]

롯데가 새로운 먹거리로 바이오를 점찍은 이유는 관련 시장 덩치가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2020년 3400억 달러(약 429조원)인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2026년 6220억 달러(약 785조원)로 커질 것으로 본다. 연평균 12% 성장률이다. 국내에선 삼성과 SK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의 쌍두마차다. 롯데는 2030년까지 세계 CDMO 업계 10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도 뛰어든다. 롯데렌탈이 8조원을 들여 전기차 24만대를 사들인다. 이와 함께 백화점‧마트‧편의점 등 유통 점포와 호텔이 연결된 복합 충전스테이션을 도입, 전치가 충전 인프라 사업을 벌인다. 연간 충전기 생산량을 1만대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실증 비행을 앞둔 ‘나는 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에도 투자, 지상과 항공을 연결한 국내 교통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쏟는다.

주요 사업인 화학‧유통 분야 투자도 강화한다. 화학 사업에만 9조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사업, 고부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7조8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선다. 수소‧전지 사업에도 5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안에 있는 와인전문점인 보틀벙커. [사진 롯데마트]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안에 있는 와인전문점인 보틀벙커. [사진 롯데마트]

유통은 오프라인서 승부수 

최근 흔들렸던 유통 왕국의 입지도 다진다. 지난 5년간 롯데는 ‘오프라인→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하는 쇼핑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백화점‧마트 등이 속해 있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5조5811억원, 영업이익은 2156억원이다. 각각 전년보다 3.7%, 37.7% 하락했고 당기순손실은 2868억원이다. 지난해 창립 이후 최초로 백화점‧마트에서 희망퇴직까지 하며 구조 조정에 나선 이유다.

롯데는 유통분야의 승부수를 오프라인에서 찾는다. 8조1000억원을 들여 복합쇼핑몰, 특화매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먼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 확보해둔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지을 계획이다. 현재 롯데는 롯데몰, 롯데아울렛 같은 복합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20억원의 적자를 낸 마트 사업도 강화한다. 제타 플렉스‧맥스(창고형 매장)‧보틀벙커(와인 전문점) 같은 특화매장 개발에 1조원을 붓는다. 이외에도 호텔 리모델링, 면세점 물류시설 강화, 건강지향제품 개발 등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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