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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퍼펙트 스톰" 민주당 하루 2번 사과…강경파는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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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4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계양IC 인근 도로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4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계양IC 인근 도로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계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2의 판교 테크노밸리 꼭 만들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4일 오전 7시 인천 계양구 용종동 계양IC 인근 도로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외친 말이다. 그간 유세 때마다 수십 명의 지지자에 둘러싸였던 이 후보는 이날 아침엔 홀로 ‘계양 발전은 큰 일꾼에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캠프 관계자는 “진정성 있게 계양구 유권자들께 다가가기 위해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 캠프 자원봉사자들은 계양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청소를 하는 ‘계양 줍깅’ 캠페인에 돌입했다. 전날까지 광주·부산 등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에 나섰던 이 후보는 당분간 인천에만 머물며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와 만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이 처음 ‘나 홀로’ 유세를 벌인 이날, 민주당에선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초 “광주·전남·전북·제주·세종은 우세, 경기·인천·강원·충남은 경합권”(지난 15일, 김민석 공동총괄본부장 간담회)이라며 ‘8~9석 승리’를 목표로 내걸고 기세를 올렸지만, 6·1 지방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선 한껏 몸을 낮추는 모습이었다.

박지현 “내로남불 오명 벗겠다”…김동연 “뼈 깎는 혁신”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이 왜 철저히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책이 많았다”며 “정말 면목이 없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다”며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다.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당 안팎의 강경파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킨 정당이다. 이 전통을 이어가겠다”며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시간 30분 뒤엔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같은 자리에 섰다. 김 후보는 “정말 우리 민주당에 큰 변화와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며 “국민 여러분이 옳다. 저희가 잘못했다. 김동연이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김 후보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말을 인용하며 “민주당을 심판하시더라도 씨앗은 남겨달라. 종자가 될 곡식은 남겨달라”며 “저 김동연이 낮은 곳으로 들어가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어낼 씨앗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의 기자회견 직후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박 위원장 회견을) 이해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그 밖의 확대해석은 경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민주당은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의 삶을 개선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드리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 위원장과 김 후보는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과 손을 맞잡은 대표적인 ‘이재명 영입 인사’다.

윤호중 “박지현 개인 입장, 협의 없어”…강경파 반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박 위원장과 김 후보의 입장 발표는 승부처인 경기·충남·강원·인천의 선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충남은 오차범위 내에서 양승조 민주당 후보의 우세 폭이 6.4%포인트(1~2일)→4.4%포인트(15~16일)→2.1%포인트(21~22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경기지사 여론조사도 ‘김동연 42.6%, 김은혜 42.7%’(지난달 29~30일), ‘김동연 38.1% 김은혜 40.5%’(13~14일)로 계속 고전 중이다. 당내에서 “충남·인천에서 열세가 계속되면, 경기도 질 수 있다. 자칫 ‘퍼펙트 스톰’으로 갈 수 있는 위기 상황”(수도권 의원)이란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이들의 반성·쇄신 메시지가 당내 공감대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당내 대표적인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 새로운 약속보다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며 대놓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날 박 위원장 발언에 대해 “당과 협의된 것 없다. (지도부와) 논의된 적 없다”며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알고 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여당에선 박 위원장 등의 사과에 대해 “구성요건을 전혀 못 갖춘 사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대당에서 어떤 분석을 바탕으로 사과를 했는지 의아하다”며 “이번 선거는 지역 주민에 봉사하는 일꾼을 뽑는 선거고 그 과정에서 지역 공약과 비전을 갖고 경쟁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우리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끝없는 발목잡기와 비협조로 인해 국민의 많은 지탄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 내부에선 윤석열 정부 견제론을 앞세운 ‘하이키(high-key)’ 전략과 반성·쇄신론을 내건 ‘로우키(low-key)’ 전략의 혼선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전날 밤 민주당 서울시당은 지역위원장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거운동 전략·기조에 대한 점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의원들은 “일부 참석자가 ‘낮은 자세의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반론도 적지 않았다”며 “특별히 내린 결론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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