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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병사가 없다…급여 4배 불러도 쏟아지는 건 화염병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 병력 증대가 절실한 러시아가 군인 급여를 파격적으로 올리고, 40대 이상 러시아 남성들의 군 입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까지 추진하는 등 자발적 입대자 모집에 나섰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 매체 모스크바타임스(MT)는 "러시아의 북부와 동부 도시 등 곳곳에서 이동식 입대 사무소가 목격되는 등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병력을 모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동식 입대 사무소 모습. 러시아 국방부 캡처

러시아의 이동식 입대 사무소 모습. 러시아 국방부 캡처

지역 매체에도 군 입대자 모집 광고가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툴라에선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입대자에게는 한 달에 17만 루블(약 374만원)을 주는 당근책도 내놨다. 이는 이 지역 평균 급여의 4배에 달한다고 MT는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하원에서 40대 이상의 러시아 남성과 30세 이상의 외국인 입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러시아는 자국민의 경우 18세 이상 40세 이하, 외국인의 경우 18세 이상 30세 이하로 제한해 입대를 허용하고 있다. BBC는 러시아 국방부가 일부 정부 관련 기업에 '직원들을 군대에 입소하도록 촉구하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 재향군인회·군사평론가 등은 러시아의 병력 추가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과 인접한 다른 지역에 주둔 중인 병력들을 동원하고, 징집병들의 의무 복무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와 3개월간 전쟁에서 인력과 장비에서 막대한 손실은 입은 러시아는 국민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병력 부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 동원으로 인해 러시아 내에서 역풍이 부는 것을 경계해 대규모 징집령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다. 대신 자발적 입대자 모집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내놓고 있다.

한 남성이 얼굴을 가리고 5월 초 러시아 입대 사무소에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트위터 캡처

한 남성이 얼굴을 가리고 5월 초 러시아 입대 사무소에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입대 자원자는 여전히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남성들은 입대 사무소에 화염병을 던져 징집 반대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의 올렉시 그로모프 작전부 차장은 지난 19일 "(특수 군사작전 시작 이후) 러시아에서 최소 12건의 입대 사무소 고의 방화 사건이 있었다"면서 "특히 최근 일주일 사이 5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군 당국은 지난 9일 승전기념일 이후 입대를 하는 남성 수가 급증하길 바랐지만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국방부는 지난 23일 러시아가 지난 3개월간 우크라이나에서 잃은 병력이 과거 9년여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발생한 전사자 규모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 15일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지상 전투병력의 3분의 1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추정하고 있는 러시아 파병군은 약 17만명이다. 6만명 가까이가 손실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손실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장악에 실패했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교착상태에 빠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친러 반군으로 활동한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는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60만~80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무조건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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