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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만에 사망 0명, 김정은 노마스크…北 코로나 상황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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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대동강구역에 위치한 약국을 시찰하면서 2장의 마스크를 겹쳐 쓴 김 위원장의 모습(왼쪽). 오른쪽은 지난 17일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 장면. 김 위원장을 비롯해 참석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대동강구역에 위치한 약국을 시찰하면서 2장의 마스크를 겹쳐 쓴 김 위원장의 모습(왼쪽). 오른쪽은 지난 17일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 장면. 김 위원장을 비롯해 참석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24일 코로나19 발병을 인정한 지 12일 만에 '사망자 0명'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이날 22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발열 환자 13만 4510여명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보면 신규 발열 환자 수가 사흘째 10만명대에 머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제로백신인데 치명률은 0.002%?

하지만 북한이 발표하는 통계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호전 추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내부 상황과 통계 기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호전인지 아닌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상황이나 관련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며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23일 선보인 코로나19 선전화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23일 선보인 코로나19 선전화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매체들이 전한 코로나19 관련 누적 사망자 수는 68명. 지난 4월 말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발생한 누적 발열 환자총수 294만8900여명을 토대로 계산하면 북한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002%에 불과하다. 약 1.2%에 이르는 전 세계 평균 코로나19 치명률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은지 비교하기 위해선 같은 질환에 대한 통계여야 한다"며 "북한은 발열자 대비 사망자, 한국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로 치명률을 계산하는 기준에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제로(0)에 가깝고 손 소독제와 의료용 마스크 같은 기초 방역물품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북한의 보건·의료 현실에 비춰볼 때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았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은의 '노마스크' 행보

이와 관련, 북한 매체들은 지난 18일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마스크' 행보를 수차례 공개했다. 김정은은 17일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호전 추이가 지속된다"는 평가를 내놨는데, 당시 회의에서 그를 비롯한 참석자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김정은이 불과 이틀 전인 15일 평양 대동강구역에 위치한 약국을 시찰하며 마스크 2장을 겹쳐 쓴 모습과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발인식에 참석한 모습. 김 위원장은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발인식에 참석한 모습. 김 위원장은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이후 모든 공개활동에서 '노마스크'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22일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발인·영결식 때도 일부 북한군 의장대 인원을 제외하면 참석자 중 김정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의 영상(이미지)'은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노마스크'는 방역정책이 성공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고 호전세를 강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지난 22일부터 '전국적인 전염병전파 및 치료상황 통보'에서 누적 사망자 수와 함께 치명률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반적인 호전 상황을 전하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코로나19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남측에 손내밀일 없다"는 北

이런 행보는 적어도 김정은을 비롯한 지도층의 경우 필요한 의약품을 갖췄다는 것을 방증일 수 있다. 익명을 원한 대북 사업가는 북한 내 발열환자가 연일 폭증세를 보이던 지난주 초 북측 관계자로부터 "충분한 양의 필수 의약품을 갖추고 있다"며 "당장은 남측에 손내밀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명령'을 받은 북한군이 평양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명령'을 받은 북한군이 평양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도 지난 14일 "가정에서 준비한 상비약품을 본부 당위원회에 바친다"고 밝혀 북한 내 의약품 쏠림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또 북한은 지난 16일 국가항공(옛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3대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 타오셴(桃仙) 공항으로 보내 의약품을 대거 들여간 것으로 파악됐다. 적어도 현 시점에는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계층이 모여 있는 평양 지역에는 의약품이 공급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서해5도 지역에서 발견한 북한 의약품 포장지를 분석해 보면 코로나19 봉쇄 기간에도 평양에서 의약품을 생산한 것이 확인된다"며 "여기에 더해 김정은의 지시로 의약품 공급에 북한군이 투입된 만큼 평양 내 의약품 공급은 안정을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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