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역대급 적자에…신재생·민간 이윤 줄여 적자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24 07:00

업데이트 2022.05.24 09:33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을 두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 분기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각 발전사에 전력을 구매하는 비용을 줄여 적자를 메우겠다는 일종의 ‘극약 처방’이다. 특히 그동안 과도한 이익을 보장해줬다고 비판을 받았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와 민간 발전사 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개정 고시는 이 날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 후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한전이 각 발전사에 전력을 살 때 정산 가격 기준이 되는 SMP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을 두는 데 있다. SMP는 전력시장에서 시간대별 거래되는 전력 중 가장 연료비가 비싼 발전원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원자력ㆍ석탄ㆍLNG(천연액화가스) 발전소에 동시에 전력을 구매 해도, 가장 비싼 LNG 발전소 가격을 기준으로 전체 전력 구매 가격을 정산한다.

이 때문에 최근 같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을 때는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이 늘어나고, 저렴한 연료원을 쓰는 발전소 이익은 는다. 개정 고시를 시행하면 에너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SMP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발전사 이윤이 지금보다 줄고 그만큼 한전의 부담이 줄어든다.

직전 3개월 가중 평균 SMP가 지난 10년(120개월)간 월별 평균 SMP의 상위 10%에 해당할 때에 상한제를 한 달간 시행한다. 상한 가격은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로 정한다. SMP 기준으로 정산받는 모든 발전기가 적용 대상이다. 다만 실제 연료비가 상한 가격보다 더 높으면 상한 가격이 아닌 실제 연료비를 기준으로 보상해 주기로 했다. 또 전력시장가격 외에 용량요금이나 기타 정산금은 제한 없이 지급할 계획이다.

현재 조건에서 SMP 상한제를 시행하면 킬로와트시(㎾h) 당 200원이 넘는 SMP가 약 100원 중반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상한제 적용이 바로 이뤄질진 미지수다. 산업부 관계자는 “SMP가 최근 ㎾h 당 100원 중반대로 다시 떨어지고 있어서, 행정예고 이후 시행 조건에 해당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고시 시행으로 가장 직격탄을 받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다. 신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없지만, 한전이 SMP 가격에 보조금까지 얹어 전력을 구매해 주고 있어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보존해 준다는 비판이 있었다. 민간 발전사 이익도 일부 제한될 수 있다. 장기 계약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연료를 미리 확보해 둔 민간 발전사는 SMP 상한이 시행하면 그만큼 이윤이 준다.

SMP 상한제가 한전의 경영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는 비판도 있다. SMP 상한제는 결국 발전사 자회사가 원래 받아야 할 이익을 한전이 대신 가져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전은 1분기 연결 기준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로 지난해 연간 적자액(5조8601억원)보다도 2조원 가까이 많은 것이다. 전력 구매에 드는 비용이 많이 늘어난 반면 판매 가격인 전기요금은 그에 비례해 인상되지 않은 탓이다. 국제 연료 가격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하지만 역대급 물가 상승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전기요금을 크게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 정부로선 정권 초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향후 국제 연료 가격 급등 등으로 국내 SMP가 상승하고 전기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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