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윤석열도 한다" 尹心 등에 업고 뛰는 김은혜 [밀착마크]

중앙일보

입력 2022.05.24 05:00

업데이트 2022.05.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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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냉이와 도라지차’

23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동승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의 흰색 카니발엔 김 후보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김 후보는 “여기 도라지차는 목을 아끼라는 지지자분이 끓여 주셨고, 강냉이는 배고플 때마다 먹으려고 시장에서 샀다”고 했다. 김 후보의 무릎에는 수십여 페이지의 공약 자료가, 뒤편에는 갈아입을 정장이 놓여있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23일 오전 자신의 차량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후보의 뒷편에 강냉이 봉지와 정장이 놓여있다. 김경록 기자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23일 오전 자신의 차량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후보의 뒷편에 강냉이 봉지와 정장이 놓여있다. 김경록 기자

하지만 이런 지지자들의 걱정에도 김 후보의 목은 쉴 틈이 없었다. 이날 아침 7시 50분, 파주 운정 신도시 인근 심학산 교차로 앞에서 출근 인사에 나선 김 후보의 목은 이미 쉬어 있었다. 김 후보는 작은 쇳소리를 내며 연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10분 늦게 나오면 1시간이 더 걸리는 교통지옥을 바꿔드리겠다”며 30여분간 100여 차례 가까이 ‘90도 인사’를 했다.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차 안에서 김 후보를 향해 창문을 내리고 “김은혜 파이팅”“윤석열 대통령 파이팅”을 외쳤다. 반갑다며 경적을 울리고 손을 흔드는 운전자도 있었다. 김 후보는 “저 택시기사 분”“저 어머니 분이 알아봐 주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은혜가 하면 윤석열도 한다”

김 후보가 찾은 ‘심학산 교차로’는 서울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질적 정체 구간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공사 현장을 뒤로 한 곳이기도 하다. 김 후보에게 이곳을 유세 장소로 택한 이유를 묻자 “제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다”며 “힘 있는 여당 후보로서 확실한 GTX 지원을 약속드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수차례 자신을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힘 있는 여당 후보’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실패한 관료’이자 ‘힘없는 야당 후보’라 강조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23일 심학산교차로에서 시민들에게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23일 심학산교차로에서 시민들에게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아침 인사를 마친 김 후보에게 선거 판세를 물었다. 활짝 웃던 김 후보의 표정이 순간 굳으며 아침 분위기와는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김 후보는 “경기지사 선거는 100~200표 차이로 갈릴 수 있는 초박빙 접전”이라며 “한 분의 유권자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저는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 그리고 경기도를 대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라는 두 명의 후보와 싸우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 패배 시, 尹타격도 상당

김 후보의 말처럼 김은혜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문재인·이재명 대(對) 윤석열’ 대리전이라 불릴 만큼 6.1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라 불린다.

의원직을 내려놓고 도전한 김 후보에게도 이번 선거는 절실하다. 자신의 정치 인생뿐 아니라 패배 시 윤석열 정부가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 김 후보만큼 윤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후보도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기 안양시에서 열린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안 점검'에 참석해 현안 설명을 듣고있다. [대통령직인수위 기자단]

지난 2일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기 안양시에서 열린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안 점검'에 참석해 현안 설명을 듣고있다. [대통령직인수위 기자단]

김 후보는 출근길 인사를 마친 뒤 경기 북부도청으로 이동해 경기 북부 개발 공약을 발표했다. ▶반도체 대기업 유치 ▶접경지역 글로벌 경제안보벨트 ▶경기북부 경제자유구역청 신설 ▶임기 내 시급한 교통망 확충 등을 내세웠는데, 이날의 화두는 단연 반도체 기업 유치였다. 김 후보는 이영우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경택 전 삼성전자 개발본부장 등 삼성맨을 ‘경기북부 반도체 산업 유치위원회’ 위원으로 영입했다.

기자회견 뒤 김 후보의 흰색 카니발에서 동승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후보는 “사실상의 숙식을 모두 이곳에서 한다”며 “카니발이 저의 현장 지휘소”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말 판세를 100~200표 차이로 보나.
“대선과 다름없을 정도로 양 진영의 결집이 치열하다. 지난 총선 때 분당에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대선과 같이 0.7%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그때와 분위기가 거의 똑같다. 한쪽 굽이 닳은 이 운동화, 지난 총선 때 신었던 거다.”
무소속 강용석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 상대였던)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단 지적이 있다.
“단일화 부분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단계는 아니다. 도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김동연과 이재명이란 두 명의 후보와 싸우고 있단 말도 나오는데.
“지난 대선에 나섰던 이재명 후보, 그리고 경기도를 발판으로 삼아 대선에 나가려는 김동연 후보가 내 상대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아니면 경기도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23일 경기북부 번영시대 합동 기자회견에 앞서 선거대책위원회 경기북부 반도체 산업 유치 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23일 경기북부 번영시대 합동 기자회견에 앞서 선거대책위원회 경기북부 반도체 산업 유치 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동연 후보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김동연 후보의 입장은 민주당 입당 전후로 계속 바뀌고 있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정책에 대해선 그분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진짜 김동연은 도대체 어디 있나. 이렇게 준비도 안 된 상태서 선거에 나온 건 결국 경기도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려는 것 아닌가.”
정말 김은혜가 하면 윤석열도 하나.
“이미 실제로 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600만원 균등지급, 중앙정부가 안 하면 경기도라도 하겠다고 했다. 이후 당정 협의에서 지급이 확정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GTX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선 추진 과제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힘 있는 여당 후보와 힘없는 야당 후보의 대결이다.”
야당에선 KT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고 공세를 편다.
“이 부분은 저녁 TV 토론회 때 말씀드리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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