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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뺀 르세라핌 지지해 삐쳤음?"…하이브 닥친 진짜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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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김가람이 논란 끝에 지난 20일 활동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데뷔 앨범 ‘FEARLESS’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한 김가람. 뉴스1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김가람이 논란 끝에 지난 20일 활동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데뷔 앨범 ‘FEARLESS’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한 김가람. 뉴스1

“5명이니까 동선도 깔끔하고 반응도 좋다. 하이브 제발 옳은 판단하길”
“회사 일안함? 5인 지지 많으니까 삐졌음(삐쳤음)?” 

23일 하이브 팬 커뮤니티 위버스의 르세라핌 피드에 올라온 의견 중 일부다. 하이브가 빠진 ‘르세라핌 블랙홀’의 단면을 보여준다.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의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김가람(17)은 학교폭력 논란을 빚으면서 지난 20일 활동을 중단했다. 그룹은 음악방송 등에 다섯 명만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위버스나 각 소셜미디 어에 사진이나 동영상 업데이트, 일정 안내는 중단됐다. 방시혁 의장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등, 하이브가 공들인 첫 걸그룹은 데뷔 18일 만에 극심한 위기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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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의 학교폭력 논란은 데뷔 전부터 제기됐다. 지난달 5일 김가람의 얼굴이 공개된 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바로 폭로 글이 올라왔지만, 데뷔(지난 2일)는 일정대로 진행됐다. 결국 지난 19일 피해자 A씨가 대리인을 통해 학교 폭력 대책 자치 위원회 결과 통보 문서를 공개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 쏘스뮤직은 김가람의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사과했지만, “김가람도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A씨가 학교에서 탈의 중인 친구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생긴 갈등이라는 주장이다.

피해자 측은 앞서 “김가람 데뷔 확정 이후 나온 폭로 글 작성자로 지목돼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김가람도 피해자라는 식의 입장을 계속 낼 경우 학폭위 결과통보서 전문을 공개하고 피해자를 불러내기 위해 보낸 욕설 담긴 메시지 공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3일 A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륜 관계자는 “하이브 측과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라 추가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양측 주장이 어떤 식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상치 않은 팬덤, “5인조로 해 달라”   

23일 하이브 팬 플랫폼 위버스에 올라 온 김가람 관련 글. 한 팬이 데뷔곡 '피어리스' 무대를 모아 5인조로 보이도록 재편집했다. [위버스 캡처]

23일 하이브 팬 플랫폼 위버스에 올라 온 김가람 관련 글. 한 팬이 데뷔곡 '피어리스' 무대를 모아 5인조로 보이도록 재편집했다. [위버스 캡처]

그러나 하이브의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는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르세라핌 팬덤 반응이 심상치 않다. 그룹이 뭘 해도 ‘김가람 이슈’가 빨아들이는 형국이다. 약 28만 명이 가입된 위버스 르세라핌 커뮤니티에선 ‘5인조 르세라핌’으로 해달라는 글과 하이브의 대응을 질책하는 글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특히 사쿠라와 김채원 같은 ‘경력 멤버’ 팬들의 불만이 크다. 자신들의 아이돌이 피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곤경에 처한 멤버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이지만, 소수다.

K팝은 팬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장르다. 신인 그룹은 팬의 열정과 소비를 먹고 성장한다. 팬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널리 알리는 ‘영업 활동’을 마다하지 않고, 2~3차 콘텐트 생산에 열심이다. 하지만 이들의 남다른 주인 의식은 때로는 무서운 압력으로 작용한다. 음악이나 비주얼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투입 예산이나 소속사 일처리 방식에도 관심을 갖는다. 다음 달 발매 예정인 방탄소년단(BTS)의 9주년 기념 앨범 ‘프루프’에 불법촬영과 여성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수 정바비의 곡이 수록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팬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경우다.

카츠하(왼쪽부터), 김채원, 김가람, 사쿠라, 홍은채, 허윤진.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데뷔 앨범 ‘FEARLESS’ 미디어 쇼케이스. 뉴스1

카츠하(왼쪽부터), 김채원, 김가람, 사쿠라, 홍은채, 허윤진.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데뷔 앨범 ‘FEARLESS’ 미디어 쇼케이스. 뉴스1

상황이 이런 만큼 하이브의 르세라핌 해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매니지먼트 계약 관계에서 소속사는 아티스트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해결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더군다나 김가람은 아직 미성년자라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버티기’, ‘침묵’ 외에 하이브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현재 르세라핌 멤버 교체나 5인조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안일한 대응, 논란 키웠다 

일각에선 하이브가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르세라핌의 노출 콘셉트가 공개되면서 미성년자 멤버가 있는 그룹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하이브나 쏘스뮤직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 측이 이미 르세라핌 데뷔 전인 지난달 20일 하이브에 학교  폭력 관련 증거에 대한 내용 증명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선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묻어두고 앨범 발매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적을 수용하지 않는 태도가 반복되면서 팬덤의 불만이 쌓인 것 같다”며 “요즘 팬들은 학교 폭력, 젠더 문제, 성폭력 범죄에 특히 민감해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이브가 지금 하는 것 이상의 뾰족한 대응 방법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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