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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옥수수 자급률 0%대, 전방위적 식량 확보 전략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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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빨간불 켜진 식량안보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세계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휘말리면서 전 세계 식량 가격이 치솟고 있다. 더구나 인도가 밀 수출 중단에 나서면서 곡물 가격 불안에 기름을 붓고 있다. 2020년 1월 톤당 208달러였던 밀 가격이 지난달 392달러로 8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옥수수 가격은 톤당 152달러에서 238달러로 56.6%, 콩은 톤당 339달러에서 618달러로 82.3% 올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과 유통 차질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30%, 옥수수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전쟁, 기후변화, 곡물무기화 가속
한국 식량 해외의존도 50% 넘어
곡물판 요소수 사태 올 수 있어
경제안보 차원의 대책 서둘러야

우크라이나 전쟁 일파만파

김동환의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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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곡물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는 파종 면적이 줄어들어 올해 곡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의 여파로 국제 비료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이 여파로 미국 등 세계 주요 농업국의 농민들이 비료 사용을 줄이고 경작 면적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국내 물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곡물가와 연동된 가축사료 가격은 물론 식용유·돼지고기·계란·라면·과자 값도 줄줄이 오르고 있어 애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80년 56%였던 곡물자급률은 2000년에 29.7%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20.2%를 기록했다, 우리가 먹는 식량 기준 자급률도 2016년 50.8%에서 2020년에는 45.8%로 떨어졌다.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보면 2020년 쌀 92.1%, 밀 0.5%, 옥수수 0.7%, 콩 7.5%로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매우 낮다. 이렇게 식량자급률이 지속해서 낮아지는 직접적 원인은 사료곡물 수입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지만 국내 공급 여건이 취약해진 것도 원인이다.

중국 식량자급률도 대폭 하락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속하고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면 식량 수급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050년까지 세계 농업 생산량이 최대 30%까지 감소해 식량난이 가속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고온·한발·홍수와 같은 이상 기후가 잇따르고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면 전 세계적으로 식량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한 중국의 식량자급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수입곡물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국제 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축산물 및 유지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식량자급률이 2020년 65.8%에서 2030년에는 58.8%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중국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식량 수출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가공식품, 가축 사료 등은 수입 농산물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가공식품의 경우 수입원료 의존도가 68.5%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식품 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되고 국민의 먹거리 안보도 위협받을 수 있다.

동북아의 주변 정세도 식량 확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동북아의 긴장 관계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분쟁 가능성까지도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식량안보를 낙관만 할 수 있는지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곡물 메이저에 대응할 능력 필요

우리나라는 쌀과 채소 등은 자급을 이루고 있으나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매우 낮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식량안보는 에너지안보와 함께 우리의 생존과 일상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식량 안보 대책을 확고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공식품 및 사료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 계획을 수립하고 주요 식량의 적정량을 국내에서 공급하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먼저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곡물 메이저에 대응할 국내 곡물 수입업체를 육성하여 자체적 곡물 수입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곡물메이저는 카길(Cargill), ADM, 벙기(Bunge), 루이 드레이퓌스(Louis Dreyfus) 4개사로 이들이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곡물 수입량의 60% 정도를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우리도 곡물 수출국으로부터 곡물을 안정적으로 직접 확보할 수 있는 현지의 곡물 조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가격 급등 시 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출국 곡물유통 업체와 장기 곡물도입 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

해외농업 개발은 아직 불안정

그동안 추진해 왔던 해외 농업개발도 그 한계를 인식해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해외 농업개발은 국내 반입 실적이 불과 11만톤에 불과해 그 성과가 미진하고 수출국의 자의적인 수출 통제에 속수무책인 문제점이 있다. 앞으로의 해외 곡물조달 시스템은 미국·호주와 같이 식량이 풍부한 우방국 중심으로 추진해 유사시에도 안정적으로 곡물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전쟁이나 가격 급등과 같은 긴급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책의 수립도 필요하다. 특히 해외로부터의 식량 공급이 감소 혹은 차단되는 상황까지 고려한 비상 식량수급계획 등이 마련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식량의 해외수입이 중단될 경우 예상되는 칼로리 공급량 등을 계산해 비상시 국민 영양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는 점을 참조할 만하다.

셋째, 비상시에 대비해서는 현재 쌀 위주인 식량비축제도를 콩·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쌀 45만톤, 밀 1만4000톤, 콩 2만5000톤을 비축할 계획이나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실정이다. 주요 곡물의 비축을 늘리기 위해서는 품목별로 적정 비축량을 도출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 곡물메이저의 식량 비축창고, 혹은 곡물 가공공장 등을 유치하고 그들의 비축분을 비상시에는 우리가 활용하는 방안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 같은 지역에 토지를 곡물메이저에 임대해 이들이 곡물터미널이나 곡물 가공공장을 건립해 일정량을 비축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버려지는 식량 32%, 스마트 정밀농업 개발해야

식량안보의 자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해서 식량자급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도 밀·콩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자급률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달성 방법이 미흡한 문제점이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2020년 현재 0.8%와 30.4%에 불과한 밀과 콩의 자급률을 2027년까지 각각 7.0%, 37.9%로 늘리기로 했다. 주요 곡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적정 농지 규모의 도출 및 유지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예산의 확보가 필요하다.

또 사료곡물의 수입을 줄이기 위해 국내 부존자원을 활용한 축산 사료의 개발과 식량낭비의 감축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국제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생산·유통 과정에서 낭비되는 식량의 규모는 전체 생산량의 3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식량낭비를 줄이면 식량수입을 감축하게 되어 식량자급률이 상승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스마트 농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따른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입량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 스마트 정밀농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정밀농업은 농경지의 토양과 기상, 작물의 생육에 따라 적절한 시비를 함으로써 환경부하를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결국 생산 여건이 불리한 한국은 100% 자급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자급률 제고와 더불어 안정적인 곡물수입 시스템 구축, 비상시를 대비한 적정 비축량 확보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겸 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서울대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농업 및 응용경제학을 공부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과 한국농업경제학회장을 지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