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넷플릭스의 겨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지난주 넷플릭스가 직원 150명을 해고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하던 사태가 닥쳤다고 반응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20일 구독자 수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20만 명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폭락했다. 한때 700달러를 넘보던 주당 가격이 요즘은 180달러 선을 지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넷플릭스는 비상이다. 주주에게 경영 개선을 보여줘야 하니 예전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방법도 고려 중이다. 계정 공유 단속에서 시작해서 구독료를 낮추는 대신 광고를 보여주는 저가상품까지 다양하다. 직원 수 감축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후속편 제작을 포기하는 영화·드라마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콘텐트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들여 업계 인력을 빨아들였던 넷플릭스의 성장이 멈추는 건 경쟁사에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1위 주자에게 힘든 시장은 후발 주자들에게도 유리할 리 없다. 스트리밍은 계속 인기를 유지하겠지만 시장 포화로 과거와 같은 성장은 끝났고, 이제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모셔가기 경쟁이 벌어졌던 영상 콘텐트 업계에선 대량 해고마저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넷플릭스가 경쟁 기업을 인수하거나 플랫폼 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총 800억 달러의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있다고 해도 미국 정부가 테크 기업들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상황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