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노력과 실력으로 MZ세대에 희망 준 손흥민

중앙일보

입력 2022.05.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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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손흥민(토트넘)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다. [뉴스1]

손흥민(토트넘)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올랐다. [뉴스1]

아시아인 첫 EPL 득점왕 “공짜로 얻은 건 없다”

기회의 문 좁아진 현실 이겨낼 수 있는 용기 줘

어제 새벽 손흥민(토트넘)의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23골) 소식은 많은 팬을 흥분케 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득점왕에 올라 큰 화제가 됐다. 특히 공동 1위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페널티킥으로 다섯 골을 넣은 반면, 손흥민은 23골 모두 필드골로 채워 격을 달리했다.

손흥민은 어린 시절부터 고된 훈련을 이겨냈다. 아버지의 엄격한 가르침이 있었지만, 이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월드클래스의 반열에 올랐다. 타고난 재능과 좋은 스승이 있어도 자신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종차별 등 수많은 장벽에 부닥칠 때도 손흥민은 오직 실력으로 뛰어넘었다. 축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갈고닦은 유창한 영어·독일어 실력은 현지 적응을 쉽게 만들고, 팀 내 소통을 원활하게 했다. 2019년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도 손흥민의 언어능력과 친화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 보니 현지 인기도 대단하다.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 1위에 올랐고, 알렉스 퍼거슨 경 등 영국의 축구 전설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3월 “손흥민은 BTS와 동급으로 2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손흥민은 인성도 실력임을 입증했다. 어제 경기에서 동료들은 득점왕 경쟁을 적극 도왔다. 손흥민이 골을 넣을 수 있게 찬스를 만들고, 득점왕 확정 때 자기 일처럼 즐거워했다.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는 평소의 손흥민이 아니었다면 동료들의 진심 어린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겸손하지만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손흥민의 모습은 청년들에게 큰 용기를 준다. MZ세대는 이런 손흥민을 보며 팍팍한 현실을 위로받고, 만족을 느낀다. 특히 필드 위의 90분은 배경과 부모 찬스가 통하지 않는,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시간이란 점에서 공정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여기엔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축구의 룰과 EPL의 문화도 한몫했다. 노력한 만큼 성과로 보상받는 공정한 시스템이 없다면 선의의 경쟁은 나올 수 없다. “삶에서 공짜로 얻은 건 하나도 없다. 전부 죽어라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는 손흥민의 말(『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처럼 그의 모든 것은 피와 땀으로 성취했다.

이런 모습에서 청년들은 희망과 에너지를 얻는다. 성장이 정체되고 각종 기회의 문이 좁아진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는 용기도 배운다. 이제 기성세대가 할 일은 청년들이 자신의 꿈과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게 공정한 기회의 리그를 만드는 것이다. EPL에서 손흥민이 성장했듯, 공정한 사회가 훌륭한 인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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