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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잔치 끝났다, 성장주 저물고 ‘가치투자’ 귀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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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증권 시장에서도 ‘정권 교체’가 진행 중이다. 미래 가치와 유동성에 기대 고공 행진했던 성장주 대신 기업의 실제 가치와 현재에 투자하는 가치주로 흐름이 넘어오고 있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가치주 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수익률의 정권 교체는 수치로 드러난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치투자를 전략으로 삼는 펀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3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중 8개가 가치투자 펀드였다. 최대 5% 가까이 수익률을 낸 펀드도 있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5.21%)과 비교하면 대비된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3.8% 하락한 만큼 코스피 지수 대비 추가 수익률은 7~8%포인트에 달한다.

최근 3개월 수익률 1위 펀드는 1세대 가치투자자의 대표주자인 강방천 회장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빅테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하는 ‘에셋플러스알파로보코리아인컴펀드(4.86%)’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가 중소형 가치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4.33%)’와 ‘한국투자거꾸로펀드(4.16%)’가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VIP자산운용이 자문하는 다올KTBVIP스타셀렉션 펀드(3.07%)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2.46%)와 KB밸류포커스펀드(1.96%), 한국투자롱텀밸류펀드(1.2%),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1.03%) 등도 수익률 10위권에 포진했다.

김기백 펀드매니저는 “오랫동안 저금리의 유동성 장세에서 성장주가 고공 행진하면서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치투자 펀드가 오랫동안 고전했다”며 “하지만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막연한 성장 대신 눈에 보이는 수익이 중요해지며 가치투자가 빛을 보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가치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2022년 최악일 수 있는 시장의 폭풍우에서 가치주가 투자자들의 방패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세계 2위의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의 가치주는 연평균 4.1% 수익을 내겠지만, 미국의 성장주의 수익률은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가치투자의 귀환’은 ‘쉬운 투자’의 종언을 의미한다. 유동성에 기대 상승장에 몸을 싣는 투자가 불가능해서다. 가치투자의 기본은 깊이 있는 리서치를 통해 기업의 실제 가치를 파악하는 바텀업(Bottom-up)과 장기투자다. 실제로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는 1000여 개의 종목을 분석해 이 중 100개를 골라 담는다.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가치투자자들의 메시지는 하나다. “섣부른 저점 매수는 하지 말라”다.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싼 주식과 여전히 비싼 주식이 혼재되어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이 둘을 쉽사리 구분할 수 없다”며 “간접 투자를 하거나 지금은 차라리 현금을 들고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기백 펀드매니저도 “2020~21년의 주식시장은 ‘이상 과열’이라고 할 만큼 아주 특별한 해였다”며 “투자하려는 기업이 더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가 경쟁력이 있는지, 경쟁우위가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지는 보수적인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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