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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은 옛말…패션 매장, 수는 줄이고 크기는 키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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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자라 매장. 유지연 기자

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자라 매장. 유지연 기자

과거 패션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의 매장 전략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었다. 거미줄처럼 얽힌 소매점 유통으로 더 많은 고객과 더 자주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국 각지에 넓게 퍼트리는 것이 우선이었던 매장수는 줄이고, 대신 대형 매장을 더 크고 볼거리 있게 만드는 식이다.

지난 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새롭게 문을 연 자라(ZARA) 매장. 기존 매장을 체험형으로 리뉴얼 확장해 서울에서 가장 큰 매장 규모를 자랑한다. 잠실 롯데월드몰 1층과 2층에 위치, 총 3190㎡(약 962평) 규모다. 자라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 일본 긴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이어 세계 네 번째 리뉴얼 매장이다.

디스플레이존인 ‘슈즈 앤 백 존’. 유지연 기자

디스플레이존인 ‘슈즈 앤 백 존’. 유지연 기자

20일 찾은 자라 롯데월드몰점은 자라의 새로운 오프라인 매장 전략의 전초기지였다. 상품을 가능한 한 많이, 다양하게 보여줬던 기존 매장과 달리, 넓은 공간에 주제별로 선별한 옷과 가방, 신발 등이 놓여있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슈즈&백 존.’ 고급 부티크 매장처럼 깔끔한 상품 배치는 물론 앉아서 신발을 신어볼 수 있도록 의자도 마련돼 있었다. 신발을 신어보고 가방을 들어본 뒤 곧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전용 결제 데스크도 마련돼 있었다.

1층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메이크업 테스트기가 놓여있었다. AR 필터가 장착된 디지털 기기를 통해 3D 가상으로 메이크업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방식이다. 자라 모바일 앱과도 연동된다. 매장에 들어와 앱을 켠 뒤 원하는 매장의 위치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피팅룸 앞에 줄을 서는 대신 앱으로 원격 줄서기도 가능하다. 자라는 한국의 경우 최근 1년 사이 매장 6개를 줄였다.

배경 색과 디자인이 6주마다 바뀌는 스페셜 피팅룸. 유지연 기자

배경 색과 디자인이 6주마다 바뀌는 스페셜 피팅룸. 유지연 기자

글로벌 패션 기업 나이키도 자라와 비슷한 전략이다. 직영점뿐만 아니라 대리점, 다양한 스포츠 멀티숍, 편집숍 등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상점에서 나이키 제품을 판매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D2C(direct to consumer·직접 판매) 강화를 위한 직영점 위주의 재정비에 나섰다. 전 세계 나이키 전체 매출에서 직영점 매출 비중은 2010년 15%에서 지난해 38.7%까지 올라왔다. 중·소규모의 단독 매장도 줄이는 추세다. 대신 대형 매장은 더 크게 확대 중이다.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나이키 라이즈’ 매장이 대표적이다.

나이키 라이즈는 나이키의 신개념 매장으로 당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전체 2300㎡(약 700평)로 규모도 크지만,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곳곳에 체험 거리를 두고 온라인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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