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호영 후보자 43일 만에 자진 사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사퇴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9시30분쯤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 이제 다시 지역사회의 의료 전문가로 복귀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지명된 지 43일 만이고,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서는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 자진 사퇴다.

정호영 “국민 눈높이에 부족” … 윤 대통령 협치에 힘 실어

정호영

정호영

정호영(사진) 후보자는 자신을 향해 제기된  ‘아빠 찬스’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많은 자리를 빌려 자녀들의 문제나 저 자신의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윤리적으로 부당한 행위가 없었음을 설명드린 바 있다”면서도 “이러한 사실과 별개로,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저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정 후보자 사퇴를 예정된 수순으로 봤다. 당초 한덕수 국무총리에 부정적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찬성’ 당론을 모아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충돌 이후 냉랭하던 여야 사이에 오랜만에 협치 무드가 형성된 만큼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정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기에는 여당 입장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컸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이후 여권에 긍정적 여론 흐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이 6·1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와 관련해 “거취 문제를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 후보자 임명에) 당내 반대 의견이 많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정 후보자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최근 참모들에게는 “왜 정 후보자가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 나는 정치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모처럼 만들어진 협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는 대통령실 참모들과 여당 인사들의 설득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의 생각도 바뀌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격렬히 사퇴에 반대했던 대통령 반응이 점점 참모들 의견에 동의하는 식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출국일(22일)을 하루 넘긴 23일 심야에야 정 후보자가 사퇴한 걸 두고는 “정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하게 윤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23일 오전 출근길에 정 후보자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사람에 대한 의리와 신뢰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보다는 스스로 자진 사퇴를 준비하는 시간을 준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늘 고민에 부딪힐 때마다 민심을 바로미터로 보지 않았나. 민심의 요구를 그대로 받든 것”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