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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고물가 부담, 저소득층에 특히 가혹했다

중앙일보

입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저소득층 가계 부담이 특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분기 가계 소비지출이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는데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1분위(하위 20%)에선 실질적인 소비량이 줄었다. 식재료 등 물가가 급등하면서 1분위는 먹고 자는 데만 가계지출의 절반 가까이 썼다.

소득1분위, 실질지출은 마이너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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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1분위의 명목 소비지출은 3.2% 증가했다. 그런데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0.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돈을 더 쓰긴 했지만, 물건은 덜 샀다는 의미다. 지난 3월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같은 달 대비 4.1%를 기록한 때다.

소득 1분위의 가계 소비지출 중 음식과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점도 저소득층에 미친 물가 영향을 보여준다. 1분기 기준 1분위 가구는 전체 소비지출의 21.7%를 식료품·비주류음료를 사는 데 썼다. 주거·수도·광열로 구분되는 이른바 거주비 지출로는 22.7%를 사용했다. 이를 합치면 전체의 44.4%에 달한다. 2020년(40.1%)·2021년)43.5%)과 비교해 각각 4.3%포인트·0.9%포인트 늘었다.

늘어난 ‘생계형 지출’ 비중

반면 지난 1분기 오락‧문화(-0.2%포인트), 교육(-0.2%포인트), 보건(-0.9%포인트) 등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요인을 제외한 실질지출로 보면 1분위는 오락‧문화(-3.6%), 교육(-5.8%), 통신(-6.1%), 교통(-5.1%), 가정용품(-11.1%) 등 지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전체 지출에서 생존을 위해 쓰는 돈이 많아지다보니, 구매 여부를 조정할 수 있는 비필수재 품목에서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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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위의 지출 비중 구성과 비교하면 더욱 대비된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는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과 주거 관련 지출이 비중이 지난 1분기 24%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24.1%)보다 줄었다. 4분위 가구는 이 비중이 같은 기간 27.5%에서 26.4%로 1.1%포인트 줄었다.

물가상승→삶의질 저하 “맞춤 대책 필요”

음식이나 주거는 가격이 비싸졌다고 해도 소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품목이다. 소득이 낮더라도 여기엔 돈을 쓸 수밖에 없어 그 비중이 애초 높았던 가구가 영향을 특히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수 지출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면 문화생활‧여행이나 사치재 소비는 줄어든다. 이른바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올라간 것으로 인한 부담은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보게 된다. 음식이나 주거 관련 지출을 줄일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고소득층도 물가 부담이 있기야 하겠지만, 사치재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면 되기 때문에 생존의 문제인 저소득층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물가대책도 물가 상승으로 특히 힘든 계층을 지원하는 형태로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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