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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친윤 대 비윤?…들썩이는 與권력지형,분기점은 지방선거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돌며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돌며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내 보수 정치는 계파 정치와 궤를 함께했다. 2017년 탄핵 사태 직전 보수 정당은 크게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었고, 그 이전에는 친박계와 친이계가 당을 양분했다. 하지만 탄핵 사태 뒤 국민의힘의 계파색은 옅어졌고, 2019년 이후 홍준표·김병준·황교안·김종인·이준석 체제를 거쳤지만, 이들이 친이·친박계에 비견될 만한 계파를 형성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그런 국민의힘이 집권당이 됐고, 요즘 당내에는 ‘친윤계’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과정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이 핵심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윤한홍 의원이 대표적이다. 친윤계의 당내 급부상은 지난달 원내대표 선거에서 표면화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윤핵관(권성동)이 비핵관(조해진)을 눌렀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인사는 아니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소(小)통령’이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또 다른 핵심 실세로 떠올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 과정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윤심(尹心)’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尹에 공천 안 받은 국힘 의원들…“내가 친윤계? 손에 꼽을 것”

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현 원내대표)과 장제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현 원내대표)과 장제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지만 이들 친윤계가 여당의 확실한 주류로 떠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전망이 엇갈린다.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여권 인사는 “끈끈한 운명공동체 수준인 친이·친박계와는 달리 친윤계는 아직 실체가 분명하지 않고 급조된 느낌”이라며 “현 여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 상관없이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도 친이·친박계와 구별되는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치선언 후 10개월, 국민의힘 입당 9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윤 대통령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당내 친윤계 인사들도 윤 대통령과 공천 등 이해관계로 얽히거나 정치판에서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동지라기보다는, 대선 승리를 위해 집결한 ‘연합체’ 성격이 강하다.

윤 대통령과 달리 1987년 이후의 전직 대통령들은 대부분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2년 59세의 나이로 비교적 늦게 국회의원 배지를 단 문재인 대통령도 민주당 대표 등을 거쳐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친문’ 의원들이 한동안 민주당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에 비하면 국민의힘엔 ‘친윤계’로 부를 만한 굳건한 정치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여소야대 구도에서 윤 정부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본인이 친윤계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은 손에 꼽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원장 직을 마친 뒤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를 두고도 “윤 대통령과 계파적 관점으로 엮는 것은 시기상조”(당 초선의원)라는 의견이 많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앞으로 당권 도전 등을 통해 정부 성공에 건전하게 협력할 관계로 봐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핵관'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의 당 내 기반이 약한 만큼 안 후보를 친윤계의 핵심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윤 후보 측은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정호영 등 尹 인사에 오세훈 등 ‘쓴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7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22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예배하는 모습. 오른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7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22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예배하는 모습. 오른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최근에는 친윤 그룹과 거리가 있는 여권 인사들이 윤 대통령의 인선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선이 대표적 이슈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나라면 복지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고 저소득층,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정책에 관심을 표명해온 정리된 정책을 가진 복지전문가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정 후보자를 잘 모르지만, 저로서는 기대가 큰 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윤 정부 인사의 지역·성별 안배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안배가 관행이고, 이유 없는 관행은 없다”며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잠재적인 여당 차기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오 시장의 발언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행보”라는 반응이 나왔다.

3선의 하태경 의원도 23일 라디오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대항하는 인사는 안 했으면 한다”고 정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다.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하는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겨냥한 쓴소리도 나왔다. 윤 비서관의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 논란이 불거지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훌륭한 참모라면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좀 억울하더라도 본인이 희생하는 결단도 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 당선 뒤에는 마찰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한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윤핵관’을 공개적으로,그리고 격렬하게 비판하곤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친윤계와는 거리가 먼 중량급 인사다.

“지방선거 결과 따라 친윤, 비윤 분화 본격화” 전망도

2017년 3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는 친박계 인사들. 왼쪽 손 든 사람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상현·민경욱·박대출·김진태·조원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정광택 탄기국 공동대표, 정광용 박사모 회장, 허태열·이병기·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뒷모습의 인물은 손범규 전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2017년 3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는 친박계 인사들. 왼쪽 손 든 사람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상현·민경욱·박대출·김진태·조원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정광택 탄기국 공동대표, 정광용 박사모 회장, 허태열·이병기·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뒷모습의 인물은 손범규 전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미묘한 여당 권력 구도가 지방 선거를 기점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경기지사 등 지방선거 격전지에서 여당이 승리한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날개가 달리는 격”이라며 “당내 친윤계에도 상당한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부진하면 친윤계가 주춤하고, 비윤계가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윤심 논란과 인사 잡음 등이 패인으로 지목되면 대통령이 난감할 수 있다”며 “이 상황에서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비윤계의 중심부에서 존재감이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4·7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이미 오 시장 주변에 옛 새로운보수당계 인사 등이 상당수 포진해 진용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만 집권 초·중반부 대통령의 영향력이나 국정 장악력이 상당한 만큼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윤 대통령과 친윤계 인사들이 건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방선거보다는 2년 뒤인 2024년 총선 공천에서 여권의 ‘진짜 권력’ 구도가 정리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함께 국회를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함께 국회를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총선 공천 과정에서 수면 아래로 감춰진 친윤계와 비윤계의 갈등이 노골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친박계 공천 학살 논란’, 박근혜 정부 때는 ‘진박 공천 논란’ 등이 불거져 몸살을 앓은 적 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윤심 논란이 불거졌듯, 2024년 총선 공천 때도 친윤계 인사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것”이라며 “다만 2018년 박 전 대통령이 공천 개입 혐의로 기소됐을 때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었던 만큼, 노골적인 개입이나 영향력 행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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