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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바이러스와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중앙일보

입력

2022년 4월 25일, 코로나19의 국내 감염병 등급이 제1급에서 제2급으로 조정됐습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백신 접종률과 먹는 치료제 보급 등 코로나19 발생 초기보다 대응 수단이 강화됐고, 오미크론 변이 이후 완화된 방역 조치가 반영된 거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4월 18일 해제됐고, 지난 2일에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습니다. 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서서히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하면서 일상을 회복하려는 시도예요. 2년이 넘도록 우리 인류를 괴롭힌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죠. 이와 같은 바이러스는 과연 무엇이고, 어째서 우리와 충돌을 일으키게 된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다양한 바이러스 관련 도서들을 모아둔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 도서전 코너에서 포즈를 취한 소중 학생기자단.

다양한 바이러스 관련 도서들을 모아둔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 도서전 코너에서 포즈를 취한 소중 학생기자단.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겪은 충격적인 사건이죠. 그 시간이 겨울 한 철 독감처럼 지나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바이러스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바이러스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은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을 기획한 김선자 연구사의 말입니다. 그는 “전시 제목의 고백, Go-Back은 바이러스가 고백한다는 뜻도 되고, 오래전부터 알아온 바이러스와 인간과의 관계를 뜻하기도 하며, 낯선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것”이라고 덧붙였죠. 이에 대한 내용을 바이러스와 인간의 공존과 조화, 낯선 만남과 갈등, 혼란과 타협, 균형과 연결을 다루는 4개 공간으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바이러스의 개념부터 인류와의 관계까지 알아보려 최광재(경기도 행정초 4)·김해민(충북 청천중 1)·나예현(서울 행현초 5·앞에서부터) 학생기자가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을 찾았다.

바이러스의 개념부터 인류와의 관계까지 알아보려 최광재(경기도 행정초 4)·김해민(충북 청천중 1)·나예현(서울 행현초 5·앞에서부터) 학생기자가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을 찾았다.

바이러스, 넌 누구냐 

바이러스는 라틴어로 독을 뜻하는 '비루스(virus)'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감염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미생물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아 19세기 후반에나 그 존재가 알려졌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크기의 10~1000분의 1 정도로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단위로 측정할 만큼 작아 전자현미경이 나온 1950년대에 와서야 정확한 구조가 밝혀졌어요. 바이러스는 보통 핵산이라고 하는 유전물질(DNA나 RNA)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질(캡시드·capsid), 피막(envelope)과 돌기 단백질(spike)로 이뤄져 있습니다.

생물의 기본 단위는 세포죠. 세균조차도 독립된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바이러스는 그보다 더 단순하고 원시적인 구조입니다. 세포는 스스로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합성해 에너지를 생성하고 찌꺼기를 배출하는 물질대사를 하고 번식도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죠.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가 숙주로 삼고 기생할 때만 생명 활동이 가능해요. 숙주세포 안에 자신의 유전물질을 넣고 복제시켜 자신과 같은 바이러스를 만들어내죠. 이 과정에서 숙주세포에 해를 입히거나 이익을 주거나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기도 합니다. 김 연구사는 “바이러스 자체만 놓고 보면 생명력은 없다”며 “생물·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로 비세포성 반생물”이라고 설명했어요.

나예현·최광재·김해민(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각자 박테리오파지와 코로나바이러스 모형을 들고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나예현·최광재·김해민(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각자 박테리오파지와 코로나바이러스 모형을 들고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세포가 먼저 있었는지, 바이러스가 먼저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초기 원시세포 생명체 중 낙오된 것이 바이러스가 되었다는 세포퇴화설, 바이러스가 고세균·진정세균·진핵생물과는 또 다른 원시 생명체였을 거라는 독립기원설, 세포의 유전물질 일부가 탈출했다는 세포탈출설 등을 주장하고 있죠.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키는 무언가만이 아닌 자연계의 일원으로서 인간과 공존해 온 사실을 알고 있나요?” 김 연구사의 질문에 김해민·나예현·최광재 학생기자가 고개를 저었어요. 그는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지구 생명체가 현재의 모습인 것은 바이러스의 영향”이라며 “인간 유전체 중 45%는 바이러스의 유전체와 비슷한 구조와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죠. 이는 바이러스가 인류와 함께 진화해 온 증거”라고 덧붙였어요. 인체 바이러스의 흔적에 관한 설명과 함께 영상을 볼 수 있었죠.

첫 번째 존 ‘공존과 조화’에서 숲을 형상화한 자연계 바이러스 전시물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첫 번째 존 ‘공존과 조화’에서 숲을 형상화한 자연계 바이러스 전시물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그뿐만 아닙니다. 바이러스는 해양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이기도 해요. “지구상의 바이러스 대부분은 해양에서 세균 세포를 숙주로 이용해 살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닷속 세균 수를 조절하죠. 이를 해양바이러스라고 해요. 또 세균(박테리아·bacteria)을 먹는(파지·phage) 바이러스라는 의미로 박테리오파지라고도 하죠. 해양바이러스가 파괴한 세균에서 나온 영양염은 지구 산소의 60%를 생산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돼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중 인간이 밝혀낸 것은 고작 1% 남짓입니다. 김 연구사는 “바이러스를 인식할 수 있는 외계인이 지구를 본다면 바이러스 행성이라고 할 만큼 바이러스가 많다”며 “우리가 숨 쉴 때마다 바이러스를 마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어요. 5만여 종의 척추동물에는 100만 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있는데, 그중 포유류에는 32만여 종의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그는 숲속 나무 형상 전시물에 있는 박쥐 영상을 가리켰어요. “박쥐는 1000여 종 가까이 되는데, 포유류 종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예요. 그만큼 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죠. 어찌 보면 바이러스 저장고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조용히 코로나19를 속삭였죠.

바이러스의 습격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국경을 넘나들며 교류하고, 그동안 가지 못했던 지구 곳곳 자연 속으로 행동반경을 넓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차지하고, 야생동물과 살아가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새로운 숙주로 삼으며 새로운 감염병이 전파되기 시작했죠. 발달하는 문명을 타고 인류에게 다가오게 된 바이러스와 감염병 그림자 영상 전시물을 보며 세 사람의 표정이 심각해졌습니다.

김선자(맨 왼쪽) 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박쥐를 사례로 종간 장벽을 넘은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자(맨 왼쪽) 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박쥐를 사례로 종간 장벽을 넘은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저마다 침입할 수 있는 숙주세포가 다 달라요. 바이러스 표면의 구조와 세포 표면의 구조가 열쇠와 자물쇠가 맞물리듯 결합해야 바이러스가 세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생명 활동을 할 수 있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코·기관지 등 호흡기의 섬모세포에 주로 감염되는 것도 둘의 구조가 잘 맞기 때문이에요. 세포와 만난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물질(DNA나 RNA)을 숙주가 된 세포에 집어넣고 숙주세포의 증식 기능을 이용해 자기 복제를 합니다. 새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들은 숙주세포를 뚫고 나가 또 다른 세포를 찾죠. 이와 같은 방법으로 바이러스는 하나의 세포에서 몇만~몇억 개나 되는 복제 바이러스를 만들어 한 번에 배출할 수 있어요.

감염시키는 숙주에 따라 바이러스는 세균바이러스·식물바이러스·동물바이러스·사람바이러스 그리고 사람동물공통바이러스로 나뉩니다. 사람동물공통바이러스는 동물바이러스가 생물종의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옮겨온 것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켜요. 최근 코로나19를 비롯해 신종플루·메르스·사스 등의 감염병이 그 예죠. “근데 왜 바이러스를 옮기는 박쥐는 병에 안 걸리나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질문에 김 연구사는 “박쥐는 인간만큼 바이러스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면역기능도 약해 오히려 바이러스와 공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어요.

바이러스 관련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나예현·최광재·김해민(왼쪽부터) 학생기자.

바이러스 관련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나예현·최광재·김해민(왼쪽부터) 학생기자.

21세기 인류의 적으로 떠오른 바이러스로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가 있습니다. RNA를 둘러싼 외피에 빼곡한 곤봉 모양의 돌기가 마치 왕관(라틴어로 Corona)을 닮았다고 해서 코로나로 명명됐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과는 사람과 낙타·소·고양이·박쥐 등 다양한 동물에 흔하게 서식하는 큰 바이러스 그룹이에요. 동물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돼 사람 사이에도 전파될 수 있죠.

사람에게 전파 가능한 사람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존 6종이 알려져 있었어요. 그중 4종은 계절유행성 감기와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고, 나머지 2종은 중증폐렴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MERS-CoV’와 ‘SARS-CoV’죠. 각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2012년 유행)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2002년 유행)의 주범입니다. 메르스·사스를 일으킨 두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기원했죠.

바이러스를 미디어아트로 옮긴 ‘신비한 바이러스 세계’를 감상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바이러스를 미디어아트로 옮긴 ‘신비한 바이러스 세계’를 감상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코로나19, 즉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ronavirus disease-2019)는 과거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입니다. 동물(박쥐로 추측)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면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됐고, 2020년 2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명명 지침에 따라 코로나의 'CO', 바이러스의 'VI', 감염증의 'D'를 의미하는 ‘COVID-19’로 이름 지었죠. 빠르게 전 세계에 퍼져 2020년 3월 11일(스위스 현지시각) 팬데믹이 선언됐습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는 주로 환자와 직접 접촉, 호흡기를 통해 배출되는 비말에 의해 사람 간 전염돼요. 즉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말하거나, 기침이나 재채기, 말이나 노래 등을 할 때 생성된 비말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호흡기에 직접 닿거나, 비말이 묻은 무언가를 만진 뒤 눈·코·입을 만질 때 전염될 수 있죠. 공기 감염은 흔하지 않으나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호흡기 비말을 만드는 환경 등의 상황에서 보통 비말이 도달하는 거리(2m) 이상까지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어요. VR전시물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죠.

검색 키오스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검색 키오스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검색 키오스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김 연구사는 두 과학자를 소개했어요. 1964년 새로운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하고 이름 지은 준 알메이다 박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전사체(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김빛내리 교수죠. RNA 분야 연구를 개척 중인 김 교수의 분석은 정확한 진단키트와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라고 하죠.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의 종류에 따라 RNA(리보핵산) 바이러스와 DNA(데옥시리보핵산) 바이러스로 나뉘어요. “차이점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보다 분자구조가 불안정하고요. DNA 바이러스와 달리 돌연변이를 수정하는 기능이 거의 없어 변이가 훨씬, 1000배 이상 잘되죠. DNA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잘못돼 유전자 서열이 변하는 돌연변이가 나와도 복구할 수 있는 기능이 있거든요.” 김 연구사의 설명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질문했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왜 계속 변이하나요?”

“앞서 말했듯 R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 자체가 쉽게 일어나요. 변이율이 높다고 하죠. 게다가 인간들의 대응 자체도 변이의 원인이 됩니다. 바이러스도 계속 살아남아 번식하기 위해 마스크 등 방역정책에 의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거든요. 그러한 진화 단계에서 또 새로운 변이가 일어나는 겁니다. 그러면서 초기 코로나19보다 지금 코로나19가 전파력은 훨씬 높아지고 치명률(그 병으로 죽는 환자의 비율)은 낮아졌죠. 자기들의 수를 많이 늘리기 위해 전파력은 세지고, 옮겨갈 숙주인 사람들이 죽어버리면 바이러스도 생명 활동을 할 수 없기에 치명률은 낮아지는 쪽으로 변이하는 거예요.”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인간의 자세 

문제는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면서 백신이 무력화되는 겁니다. 백신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를 뚫고 들어오고, 세포 안에서 증식하고, 세포를 뚫고 나와 새로운 세포를 찾아 나서는 각 단계에 작용해서 이를 못하게 만듭니다. 이를 위해 각 바이러스의 증식 원리에 맞춰 백신을 개발하죠.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에 달린 촘촘한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와 결합하면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데요. 미리 백신 접종을 했다면 백신이 몸속에 만든 중화항체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해 바이러스를 제거하죠. 만약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면 여기 맞췄던 백신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겁니다.

김선자(왼쪽에서 셋째) 연구사와 함께 전통적인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이 어떻게 다른지 타임라인 그래픽을 살펴봤다.

김선자(왼쪽에서 셋째) 연구사와 함께 전통적인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이 어떻게 다른지 타임라인 그래픽을 살펴봤다.

“mRNA백신이라는 말 들어봤나요.” 김 연구사의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고개를 끄덕였죠. “백신은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몸에 집어넣고 항체를 만들어 면역을 갖게 하는데요. mRNA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정보 설계도인 mRNA를 몸에 넣어 항체를 형성하게 하죠.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mRNA를 합성해서 지질나노입자에 담아 우리 몸에 넣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접종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이 지질나노입자를 유지하기 위해 극저온에서 유통·보관해야 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코로나19 백신이 mRNA가 아닌 전형적인 백신 개발 과정을 거쳤다면 2034년은 되어야 나왔을 것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김 연구사는 “인체에 이상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mRNA를 합성하는 인공 RNA 개발은 2005년에, 지질나노입자 기술은 2010년에 개발된 혁신 기술”이라고 덧붙였죠. 세 사람은 mRNA백신과 다른 백신의 개발 기간을 비교하는 그래프를 보며 “코로나19는 1년인데 독감은 27년이나 된다”며 감탄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 전시를 기획한 김선자(왼쪽) 연구사를 인터뷰하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 전시를 기획한 김선자(왼쪽) 연구사를 인터뷰하고 있다.

“팬데믹이 찾아오는 게 패턴이 있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앞으로 찾아올 바이러스의 습격을 예측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죠. 김 연구사는 “방역정책은 사실 수학적 예측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며 감염병 예측 수리모델링을 소개했어요. “보통 이 팬데믹은 언제 끝날까? 거리두기 방역정책은 어떤 강도로 언제까지 해야 할까? 궁금하잖아요. 수학은 시간에 따른 감염자의 변화를 수치화해 예측을 내놓죠.”

현재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기초감염재생산수(R0·첫 확진자 한 사람이 2차로 몇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나타낸 것) 값을 2.2~3.3이라고 추정합니다. 이는 확진자 한 사람이 평균 2.2~3.3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죠. R0값이 1 이상이면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0년 중국 광동성감염병관리본부는 당시 코로나19의 R0값을 9로 예측하기도 했죠.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쓰기, 치료제 개발 등 코로나19 감염률을 낮추려는 활동의 필요성을 수학은 수치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수 손전등 장치로 비추면 일상 속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지는지 나타난다.

특수 손전등 장치로 비추면 일상 속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지는지 나타난다.

영상을 통해 인플루엔자 등 여러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를 비롯해 감염병을 막으려는 수학의 활약을 본 세 사람은 생활 속 감염병 예방과 대응에 대해 체험했어요. 한켠에 꾸며진 디지털 카페 고백에 특수 손전등 장치를 들고 들어간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곳저곳 빛을 비추기 시작했죠. 친절하게 인사하는 직원, 잠시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무심코 만진 테이블이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온 바이러스가 얼마나 쉽게 옮겨가는지와 더불어 마스크를 쓴 사람에게는 바이러스가 튕겨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이어 코로나19가 보내는 메시지를 살펴봤습니다. 세계지도 조형물 위에 그동안 겪었던 세상의 변화가 비디오아트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죠. 특히 황당한 가짜 뉴스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어요. “코로나19로 인간들의 활동이 멈추면서 잠깐이지만 환경이 회복됐어요. 전 세계 일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대기오염이 줄었죠.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며 쓰레기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 자연의 고통은 다시 커졌습니다.” 김 연구사의 설명에 일회용품에 몸이 감기는 등 고통받는 동물들 사진을 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의 표정이 어두워졌죠.

코로나19는 관련 가짜 뉴스가 바이러스만큼 전 세계에 퍼지며 인포데믹(인포메이션과 팬데믹의 합성어)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코로나19는 관련 가짜 뉴스가 바이러스만큼 전 세계에 퍼지며 인포데믹(인포메이션과 팬데믹의 합성어)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산업이 발전하며 생긴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후위기로 식생이 변하면서 기존보다 더 넓은 지역이 박쥐들이 살기 좋게 바뀌었어요. 그만큼 박쥐들이 보유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유입되기 쉬워진 거죠. 이렇듯 인간과 동물, 지구 환경 등 생태계의 건강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게 바로 ‘원헬스(One Health)’입니다. 원헬스는 인류가 모두의 건강을 위해 정치·경제·과학·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단순히 백신이나 치료제, 방역정책만으로는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바이러스와 감염병을 다 막을 수 없거든요.”

머지않은 미래 나타날 수 있는 미지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X를 다루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은 ‘질병 X 프로젝트’ 방탈출 게임에 참여했습니다. 초4~성인 대상으로 4학년인 광재 학생기자도 참여할 수 있었죠. 별도 공간으로 이동한 참여자는 두 팀으로 나뉘어 질병 X 백신 프로젝트에 투입됩니다. 각각 두 곳의 연구실에 들어가 단서를 찾고 서로 협력해서 탈출하면 되는데요. 이때 전시에서 봤던 바이러스와 백신 관련 정보들이 도움됩니다. 소중 팀은 열심히 찾아낸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 그동안 참여자 중 최단 기록으로 방탈출에 성공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미지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X 프로젝트’ 방탈출 게임에 참여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미지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X 프로젝트’ 방탈출 게임에 참여했다.

이처럼 모두 힘을 합쳐 바이러스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균형 잡힌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소중 학생기자단.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 상황에서 생활 팁을 알려 달라 청했죠. “마스크는 점차 개인의 선택이 될 거예요. 고위험군 등 불안하면 마스크를 쓰는 게 좋겠죠. 무엇보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아요. 앞서 말한 원헬스의 실천은 환경보호와도 통하는데요. 대단한 팁이 아니라 일회용품은 최대한 안 쓰고, 쓰레기 줄이고, 그런 작은 것부터 우리 하나하나가 꾸준히 지켜나가야 합니다.”

원헬스 체험을 끝으로 전시장을 나가는 길에는 코로나가 던지는 질문과 고백이 이어집니다. “바이러스는 친구인가? 적인가?”“바이러스는 우리가 정복해야 할 대상일까?”“문명과 자연 생태계 사이 거리두기는 가능할까?”“방역과 경제의 균형점은 어디일까?” “인류의 건강은 잘 발달된 과학기술과 문명으로 오는 것일까? 잘 지켜낸 자연환경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일까?” 하나하나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어떤가요. 바이러스를 그저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지 않고 공존하는 삶, 우리와 지구의 미래가 그려지나요.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 ‘바이러스의 고백, Go-Back’

일시: 8월 28일까지
장소: 경기도 과천시 상하벌로 110 국립과천과학관 기획전시실
관람: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낮 12시~오후 1시 전시 점검)
해설: 일 5회 30분간(오전 10시 30분, 11시 30분, 오후 1시 30분, 2시 30분, 3시 30분), 현장 선착순 예약 10명(초3~성인)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국립과천과학관 '바이러스의 고백' 전시는 제목부터 많은 뜻을 품고 있었어요. 고백하다의 고백과 함께 영어 'Go-Back‘의 '돌아가다' '예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는 뜻도 있었죠. 대개 바이러스는 나쁘고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시에서는 바이러스의 나쁜 면만 보기보다는 바이러스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죠. 전시를 기획한 김선자 연구사님을 인터뷰하며 바이러스가 인간이 진화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고 바이러스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우리가 없었을 거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알았죠. 앞으로도 줄곧 함께해야 할 바이러스를 너무 미워하지만 말고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해민(충북 청천중 1) 학생기자

첫 취재가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는 거라서 매우 들떴어요. 바이러스의 고백 전시를 기획하신 김선자 연구사님께서 친절히 설명해 주셔서 이해가 잘됐죠. 특히 RNA 바이러스와 DNA 바이러스의 차이점이 기억에 남아요. RNA 바이러스는 분자구조가 불안정하고 돌연변이 수정 기능이 없어 변이가 잘되죠. 또 바이러스가 왜 인간에게 왔는지 설명하는 전시물이 있어요. 예를 들면 산업화로 인해 원래 바이러스의 숙주였던 박쥐가 사는 공간을 인간들이 침해해서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옮아가 결국 병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보고 배우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됐어요.
-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

과학의 날 행사 때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야외 행사에 참여하느라 자세히 보지 못해 아쉬웠던 '바이러스의 고백' 전시를 첫 취재로 갔습니다. 전시를 기획하신 김선자 연구사님을 인터뷰하며 궁금한 것도 질문할 기회가 생겨 더욱더 기대했죠. 연구사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4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전시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는 방법, 바이러스의 구조,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 등 바이러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죠. 미지의 바이러스를 다루는 방탈출 게임도 했는데 무서울 것 같아서 긴장이 됐지만 문제를 풀면서 조금씩 긴장도 풀리며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어요. 소중 친구들도 꼭 전시를 꼼꼼히 관람하고 방탈출 체험까지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최광재(경기도 행정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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