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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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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현주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기승전 ‘경제’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시작부터 끝까지 반도체·전기차·배터리 같은 경제 이슈로 꽉 찼다. 바이든 대통령은 2박 3일간 방한 일정의 포문을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으로 열었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땡큐, 삼성”을 연발했다.

둘째 날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 후 삼성·SK·현대차 등 5대 그룹 총수 등이 참여한 만찬에서 ‘기술 동맹’ ‘경제 안보’를 강조했다. 셋째 날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독대 후 현대차의 105억 달러(약 13조원) 미국 투자 발표 계획을 선물로 안고 방한 일정을 마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이례적이다. 그간 양국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에서 열렸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첫 방문국도 일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먼저 한국을 찾았고, 아시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했다. 외국의 수장이 방한 일정 내내 기업 현장이나 기업인과 접촉한 것도 전례 없던 일이다.

그의 이런 이례적인 행보 뒤에는 ‘민간외교’가 숨어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를 열 때마다 삼성전자를 초청,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대란’ 속에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삼성전자(약 21조원)와 현대차를 비롯해 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50조여원을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배터리·전기차 공장 등을 지을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서 얻은 경제적 성과는 오는 11월 치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테다.

그간 올림픽·엑스포·월드컵부터 코로나19 백신 확보까지 국가적으로 큰일이 있을 때마다 민간외교는 힘을 발휘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인맥은 곧 한국의 자산이다. 각국 정부 간에 풀 수 없는 외교 문제가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 약속으로 풀리는 경우도 적잖다.

새 정부는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내세웠다. 코로나19로 깊게 생채기 난 민생은 어느 때보다 역동적 경제에 대한 갈망이 크다. 민간은 끌 준비가 됐다. 이제 정부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