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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석열 외교,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로 첫발 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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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위치한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를 찾아 작전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위치한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를 찾아 작전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안보 동맹에서 경제 기술 동맹으로 확장

일방 시혜에서 호혜적 관계로 발전 의미  

북핵, 한·중 관계 등 남은 과제 잘 풀어야

윤석열 정부의 첫 외교 시험대였던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을 명실상부한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좋은 발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확고한 동맹의 결속을 바탕으로 전임 정부와는 차별성이 뚜렷한 외교안보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대체로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초반 채점은 후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밀착으로 한·중 관계의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점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과제다. 면밀한 정세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안보 동맹의 차원을 넘어 기술 동맹으로까지 외연을 넓힘으로써 한·미 양국이 말 그대로 글로벌 차원의 파트너가 됐다는 점이다.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으나 경제안보 협력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국이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면서 일방적 시혜를 받던 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적 관계가 됐음을 의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과 현대자동차 투자 약정은 그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 국민의 자긍심 또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를 통해 동맹 간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안보 협력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흐지부지된 확장억제협의체 재가동은 그사이 현실로 다가온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공공연히 핵 사용을 언급한 북한의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들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한국이 여태까지 미·중 전략 경쟁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해 오던 것에서 벗어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보다 명확한 입장을 보인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중의 틈바구니 속에서 눈치를 보느라 양쪽 모두의 신뢰를 잃는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다만, 여전히 경제협력 및 교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개선해 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여 만에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노선을 대폭 수정한 대외 전략을 이번 회담에서 제시하고 성과도 거두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감행 태세는 변함이 없고,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환경은 여전히 엄중하다. 이를 헤쳐 나갈 새 정부의 행보는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이번 바이든 방한을 통해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고, 국내 정책이 외교 전략과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국 국민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운용하고 대외 전략을 펼쳐 나가야 할지의 해답도 그 속에 들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