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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번엔 욕설…자질 부족 서울시교육감 후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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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희연,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후보. [연합뉴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희연,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후보. [연합뉴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더 이상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까지 추락했다. 어제 중도·보수 성향의 조전혁 후보가 박선영 후보를 ‘미친X’라고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다. 조 후보는 조영달 후보와 전화 통화 중 “저 미친X은 끝까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조영달 후보에게도 입에 담기 어려운 과격한 언사를 내뱉었다.

며칠 전 두 사람은 전화 통화로 단일화를 논의 중이었다고 한다. 조 후보는 박 후보의 완주 전망을 언급하다  이런 욕설을 했다. 그는 통화 말미에 한 차례 더 같은 표현을 썼다. 감정이 격해졌다곤 하나 다른 후보를 ‘미친X’라고 말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 후보는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 매체 칼럼에서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대통령 자질을 판단하는 데 있어 녹음파일만큼 신빙성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욕설까지는 아니지만 박선영 후보와 조영달 후보 역시 교육감 자질을 충분히 갖췄는지 의문이다. 세 사람은 지난 1월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시작 때부터 상호 비방과 난타전을 일삼았다. 정책·공약으로 경쟁하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단일화 방식만 놓고 싸웠다. 신의를 저버리고 합의를 파기하거나 후보 사퇴를 번복했다.

서울시교육감은 90만 서울 학생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다. 다른 선출직보다 도덕적이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보인 행태는 그 무엇보다 비교육적이다. 설사 요행으로 당선된다고 한들 저질 시비로 얼룩진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어떤 모범을 보일 수 있겠는가.

욕설 사태까지 벌어지자 교육계 일각에선 3명의 단일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평가한다. 오죽하면 이들의 목표가 당선이 아니라 오직 선거비 보전(지지율 15%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오겠는가.

3선 도전에 나선 조희연 후보도 자질 논란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1호다. 그가 당선된다 해도 금고 이상의 형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선거를 또다시 치러야 한다. 그때의 혼란과 낭비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

‘재승덕 위지소인(才勝德 謂之小人)’이란 말이 있다. 재주가 덕성만 못하면 소인이 된다는 뜻이다. 주요 후보들 모두 대학교수, 국회의원 등을 지낸 명망가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라곤 실망스러운 모습뿐이다. 자질이 부족한 후보들이 나와 서로 물고 뜯는 교육감 선거제도를 이대로 방치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