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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넷 현악 4중주, 전 세계서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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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18년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고 있는 에스메 현악4중주단. 왼쪽부터 김지원, 배원희, 허예은, 하유나. [사진 크레디아]

2018년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고 있는 에스메 현악4중주단. 왼쪽부터 김지원, 배원희, 허예은, 하유나. [사진 크레디아]

까만 연미복 차림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네 남성. 바이올린·비올라·첼로의 현악 4중주 팀에 대한 오래된 관념이다. 한국 여성 연주자 넷이 모인 에스메 콰르텟은 그 생각을 깨며 등장했다. 2016년 결성해 2018년 영국 위그모어홀 현악 4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79년 ‘런던 국제 현악 4중주 콩쿠르’로 시작한 이 대회에서 전원 여성인 우승팀은 처음이었다. 바이올린 배원희(35)·하유나(31), 비올라 김지원(30), 첼로 허예은(30)이 멤버다.

7년 차인 이들은 세계 곳곳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2018, 2019년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2020년 루체른 페스티벌, 지난해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올 3월에는 북미 6개 도시 투어에 나섰다. 향후 예정된 연주 계획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홍콩·일본까지다. 에스메 콰르텟의 리더 배원희는 “팬데믹에도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한 달에 서로 다른 4계절을 다 겪었을 정도로 여러 곳에서 공연했다”고 했다. 호응이 뜨거웠다. 배원희는 “샌프란시스코와 코스타메사 공연장에서는 ‘올 시즌 이번 공연이 가장 많은 티켓을 팔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연이은 공연을 통해 연주곡목을 늘리는 속도도 놀랍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돌며 연주한 곡목 리스트를 보면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드뷔시 등 시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제2 바이올린을 담당하는 하유나는 “모든 멤버가 욕심이 많아서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또 “연습 때마다 ‘우리가 또 힘든 곡을 골랐다’며 후회한다”고 했다.

에스메 콰르텟이 최근 자주 연주하는 곡 중에는 한국 해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여수연의 ‘옛소리’가 있다. 세계적 현악 4중주 팀이자 현대 음악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미국 크로노스 콰르텟이 2017년 여수연에게 위촉했던 곡이다. “크로노스가  ‘너희가 연주하면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2020년부터 이 곡을 연주했다.”(배원희)

이 곡에 대해 하유나는 “유럽과 북미에서 활동하면서 우리만 할 수 있는 곡을 찾아야 했다. 이 곡을 연주했을 때 서양 청중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서양 음악의 정확한 음계 대신, 한국 음악의 미분음(微分音)을 쓰고, 현악기의 타악기적인 성질을 살려 동양적 리듬을 선사하는 곡이다. 에스메 콰르텟은 또 미국 작곡가 존 애덤스(75)의 2012년 작품인 ‘앱솔루트 제스트(Absolute zest)’도 연주를 앞뒀다.

배원희는 “베토벤·슈베르트도 최상으로 연주하는 한편, 우리만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계속 찾아내려 한다”고 했다. 청중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동시에 얻는 비결이다. 하유나는 “최근 여성 현악 4중주 팀이 부쩍 늘었다. 자부심이 느껴진다”며 “연주 여행 때 각자 27~28㎏짜리 짐 가방을 들고 뛰어다닌다. 멤버 모두 밥 잘 먹고 긍정적이라 즐겁게 버틴다”고 말했다.

에스메 콰르텟은 6월 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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