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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북·미회담에 속 탄 여당, 이번엔 ‘바이든 효과’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4년 전 지방선거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TV로 지켜보며 쓴 잔만 들이켰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국민의힘 관계자가 한 말이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판문점 선언’(4월 27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6월 12일) 등이 연달아 열려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는 취지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지방선거용 평화쇼”(홍준표 대표)라며 반발했지만,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대구시장·경북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1 지방선거를 12일 앞둔 지난 20일 한국을 찾아 2박 3일 일정을 소화했다. 여당에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과 당이 내세웠던 한·미 동맹 강화 기조를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회담 과정에서 선거를 앞둔 여당에게 보탬이 되는 장면이 몇 차례 연출됐다.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전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21일 환영 만찬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한 게 대표적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에서 제가 이기는 데 큰 도움을 준 분”이라고 안 후보를 소개했다고 한다. 안 후보가 “제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공학 석사를 받고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에서 MBA를 받았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였다”며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통역 도움 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지성호 의원이 인사하자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감을 표시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20일 입국 후 첫 일정으로 윤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방문한 것을 두고도 여당 내에서는 “경기지사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당 선거 유세에서도 한·미 정상회담이 언급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경북 영천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만찬을 했다”며 “대통령 하나 바꿨는데 국격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격전지 판세가 박빙인 만큼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이 뜻깊은 것은 맞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이 손을 맞잡은 임팩트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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