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예이츠 시 인용해 “훌륭한 친구”…바이든 “감사”

중앙일보

입력 2022.05.23 00:02

업데이트 2022.05.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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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1일 한·미 정상회담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은 여러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김건희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김건희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를 인용,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 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며 “우리는 세계 시민의 자유와 인권,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굳게 손잡고 함께 걸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예이츠의 시를 인용한 데 감사를 표하면서 “한·미 동맹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제가 1년 전 취임하며 저의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 것 중 하나”라고 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소갈비 양념구이와 산채비빔밥, 쌀케이크 등이 나왔다. 건배주로는 오미자로 담근 국산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이 올랐다. [사진 대통령실]

이날 만찬 메뉴는 소갈비 양념구이와 산채비빔밥, 쌀케이크 등이 나왔다. 건배주로는 오미자로 담근 국산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이 올랐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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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찬에는 소갈비와 비빔밥 등 메인 메뉴 외에도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애피타이저와 디저트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식전 먹거리(애피타이저)로는 자색고구마·단호박·흑임자로 만든 세 가지 전병과 팥 음료가, 후식(디저트)으로는 견과류, 과일과 함께 이천 쌀로 만든 쌀 케이크가 준비됐다. 만찬주로는 미국 나파밸리의 한국인 소유 와이너리(다나 에스테이트)에서 생산된 레드와인 ‘바소(VASO)’와 역시 나파밸리산 화이트 와인인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가 제공됐다. 건배주로는 국산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이 쓰였다.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남기지 않고 접시를 비웠으며, 약 30명의 미국 측 인사도 한국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메뉴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한 백악관 참모는 “헬시 푸드(healthy food)는 원래 맛이 없지 않나. 그런데 여기 나온 헬시 푸드는 왜 이렇게 맛있나. 이름이 뭔가”라며 연신 메뉴에 적인 이름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2박3일간의 방한은 한국 기업인에게 여러 후일담을 남겼다. 공식 만찬에 참석한 한 경제단체장 A씨는 22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어 주더라”며 “(바이든 대통령) 이 양반, 정이 아주 많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미국 비즈니스가 어떠냐’ 등을 물으면서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A단체장은 “미국 측 인사가 그러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기업인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고 사진 찍고 하는 것을 처음 봤다고 하더라”며 “정치와 경제는 따로 갈 수 없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는 재계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류진 풍산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강한승 쿠팡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름이 공개된 한국 측 참석자(48명) 중 31%가 경제인이었던 셈이다. 이에 양국 간의 경제·안보 협력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날 헤드테이블과 가까운 테이블에 이재용 부회장, 허창수 회장과 함께 미국통인 류진 풍산 회장이 앉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공식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는데, 윤 대통령과 저는 ‘매리드 업(married up)’한 남자들이다”고 인사하며 웃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남자보다 훨씬 훌륭한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는 유머러스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전시 기획자로 활동했으며, 미국 국립박물관 등에서 작품을 대여해 마크 로스코 전(展)을 연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애초 바이든 대통령에게 박물관 여러 작품에 대해 직접 안내할 예정이었으나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20분가량 늦게 끝나 불발됐다. 김 여사와 두 정상은 경천사지 10층 석탑, 황남대총 북분 출토 금관 등 박물관 소장품 세 점을 함께 둘러보는 데 그쳤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약 10분 동안 전화통화를 했다. 이날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을 ‘좋은 친구’라고 부르며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해준 것에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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