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재용·정의선 각각 만나…이례적 세일즈 외교

중앙일보

입력 2022.05.23 00:02

업데이트 2022.05.2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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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2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22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체어맨 정, 미국을 선택해 줘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We will not let you dow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난 뒤 생중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7조원)를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는 등 총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를 발표한 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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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도착 첫날인 지난 20일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견학했다. 삼성 임직원과 한·미 양국 기자들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삼성이 지난 5월 미국에 170억 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이 시설 같은 최첨단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첫 공식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첫 공식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후 처음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20~22일 2박 3일 짧은 일정 중에 기업 총수를 두 차례 만났다. 핵심 일정이었던 한·미 정상회담과 정상 만찬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어젠다는 역대 미국 대통령과 동일하게 안보가 핵심 이슈였다. 그런데 이번엔 안보만큼이나 경제 세일즈를 챙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먹고사는 문제를 전면에 올렸다. 백악관은 커뮤니케이션 수단 가운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대통령 발언을 활용하는데 삼성전자와 현대차 일정에 각각 9분, 7분 안팎의 발언을 배치했다. 미국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를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다. 기업 방문, 대기업 총수 두 명과 각각 회동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선 흔치 않았다.

세일즈 외교란 말은 영어에서는 안 쓰는 한국식 표현이다. 대통령이 세일즈맨처럼 여러 나라를 누비며 외교력을 발휘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거래를 성사시킨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경제 성장기에 한국에서 자주 쓰던 세일즈 외교가 이번 바이든 방한에 딱 맞아떨어진다.

미국은 세계에서 돈이 가장 많이 몰리는, 해외직접투자(FDI)의 종착역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건 일자리 만들기와 첨단 제품 미국 내 생산이라는 두 요소가 결합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5개월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제대로 돈을 받는 노동조합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대선 공약의 마감시한이 임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자동차 공장이 멈춰선 경험을 한 미국인들에게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제품 공급망을 재편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제조업 강화를 위해 국내 생산품을 우대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의 결실도 필요하다. 한국에 찾아와 세일즈 외교에 나선 이유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에 윈-윈이란 평가가 많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거대한 미국 시장과 미국이 앞서는 첨단 기술과 설비, 소재 협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진영 대결이 심화하고 또 다른 감염병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산업 정책과 공급망 재편에 올라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지속한다면 한국 기업이 국내 대신 미국에 투자해 한국의 일자리를 앗아갈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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