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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가 10m처럼 길게 느껴져"...박은신 13년 만에 우승

중앙일보

입력

우승 후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는 박은신. [사진KPGA]

우승 후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는 박은신. [사진KPGA]

박은신(32)이 22일 경남 거제의 드비치 골프장에서 벌어진 데상트 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동갑내기 김민준을 꺾고 우승했다. 박은신은 투어 13년 127경기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뉴질랜드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박은신은 스무살이던 2010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해 상금 22위에 올랐다. 이듬해 박은신은 일본 투어 Q스쿨 수석을 했다. 잘 생기고 완벽한 스윙을 하는 박은신이 한국의 아담 스콧이 될 것처럼 보였다.

박은신에게도 골프는 쉽고, 우승은 가까이 있는 것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마음대로 풀리지는 않았다. 한국과 일본 투어를 병행하다 감을 잊기도 했고,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오기도 했다.

2부 투어로 밀려나기도 하고, 군에 다녀오고, 우승 기회를 몇 차례 놓치다 보니 12년이 흘렀다. 지난해도 기회가 많았다. 한국오픈에서 준우승,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3위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했다.

특히 한국오픈이 아쉬웠다. 16번 홀까지 선두였는데 17번홀 티샷 실수로 보기를 하고 마지막 홀 버디를 놓쳐 뒤집어졌다.

지난주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는 최종라운드 한때 선두에 올랐다가 강한 바람 속에서 우승컵을 날렸다.

박은신. [사진KPGA]

박은신. [사진KPGA]

이날도 바람이 많이 불었다. 김민준과 치른 결승은 엎치락뒤치락했다. 김민준은 비교적 안정된 경기를 했다. 박은신은 홈런도 치고 병살타도 쳤다.

11번 홀에서 박은신은 티샷을 OB라인 바로 옆으로 보냈지만 깊은 러프에서 나무를 넘겨 핀 2.5m 붙이는 놀라운 샷으로 버디를 잡았다. 파 4인 14번 홀에서 박은신은 1온을 노리고 티샷을 쐈다가 OB를 냈다.

칩인을 시도한 네 번째 샷이 들어가지 않자 흔쾌히 컨시드를 준 박은신은 다음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40cm 옆에 붙여 다시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16번 홀에서 3퍼트를 해 홀을 내줬다. 18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파 5인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박은신은 3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다. 그는 “사실 자신이 있었다. 좋아하는 내리막 퍼트였기 때문에 잘할 줄 알았는데 못 넣고 나서 웃음이 나오더라. 그때 오히려 아직 내가 우승에 대한 자신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박은신은 1m 버디 기회를 잡았다. 박은신은 어드레스를 했다가 풀고 숨을 골랐다. 박은신은 “1m가 10m 거리로 느껴졌다. 그린 경사를 읽으려 하기 보다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런데 정말 긴장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일본에서 함께 뛴 선수들의 도움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특히 김경태 선배는 잘될 때, 안 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자신의 노하우를 이 정도로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전수해줬다”고 했다.

박은신은 또 “진짜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고 시행착오도 많았던 만큼 잘 이겨내 스스로 대견하다. 친한 친구인 김민준 선수와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쳐 좋았다”고 덧붙였다.

홍정민. [사진 KLPGA]

홍정민. [사진 KLPGA]

한편 강원도 춘천 라데나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홍정민(20)이 이예원을 꺾고 우승했다.

초반 이예원이 3홀을 앞섰으나 홍정민은 17번홀에서 올스퀘어를 만들고 마지막 홀 버디를 잡아 역전 우승했다. 홍정민은 16강에서 대세 박민지를 꺾고, 8강에서는 지난해 신인왕 송가은을 물리쳤다. 4강에서는 임희정에게 연장 끝에 승리했다.

홍정민은 2020년 KLPGA 점프 투어(3부투어)에서 데뷔하자마자 2-1-1-1등을 하고 120홀 연속 노보기 기록 세운 대형 유망주다. 지난해 1부 투어로 올라와 준우승 두번을 포함해 '톱10'에 7차례나 올랐으나 우승은 못 했다.

올해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6번 출전해 세번 컷 탈락했다. 상금랭킹은 78위(1488만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부활했다.

연장 두 번에 18번 홀까지 가는 접전을 두 번 치른 홍정민은 “뒤지고 있어 뒤돌아보지 않고 경기한 것이 역전승한 비결인 것 같다”면서 “포커페이스인 임희정 선수와의 준결승이 가장 어려웠다. 첫 우승을 했으니 2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 4위전에서는 임희정이 안송이를마지막홀에서 이겼다.
거제=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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