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주 국민, 기후변화 대응 택했다"...9년 만에 집권당 교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번 선거는 '기후 선거'였다."(호주ABC)  
"호주 유권자들은 보수 정부의 9년 통치를 종식시키며 기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CNN)  

약 9년 만에 집권당이 교체된 호주 총선에 대한 외신의 평가다. 21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노동당 대표 앤서니 알바니즈(59)가 호주의 새 총리에 올랐다.

가디언에 따르면 22일 오후 5시 기준 노동당은 하원의원 151석 중 73석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이끈 중도 우파 성향의 자유·국민 연합은 51석을 확보했다. 노동당이 군소 정당 등과의 연정을 통하지 않은 단독 정부를 구성하려면 과반 의석인 76석이 필요하다.

호주 새 총리에 오른 앤서니 알바니즈가 22일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호주 새 총리에 오른 앤서니 알바니즈가 22일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쿼드(Quad) 정상회의를 앞두고 치러져 관심을 모았다. 쿼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중국 견제 성격의 협의체다. 호주ABC에 따르면 알바니즈는 23일 오전 총리 취임 선서를 한 뒤 24일 일본에서 열릴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CNN은 기후변화 대응은 자유·국민 연합과 노동당의 공약 중 몇 안되는 차이점 중 하나로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고 전했다. 호주는 최근 3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산불과 홍수로 500명이 넘는 사람들과 동물 수십 억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자연 재해로 파괴되는 집이 늘면서 피해를 보상해주는 주택 보험료가 치솟아 '기후 빈민'에 대한 우려도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석탄 의존도가 높고, 석탄 주요 수출국인 호주는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세계 상위권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리슨 총리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6% 줄이겠다고 공약한 반면, 알바니즈가 이끈 노동당은 이보다 과감한 43% 감축을 약속했다. 알바니즈는 총선 승리 후 "우린 이제 호주의 기후 전쟁을 끝낼 기회를 갖게 됐다"며 "호주는 재생 에너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또 "나는 호주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매일 일하겠다"며 "호주 국민에 걸맞는 정부를 이끌겠다"고도 했다.

호주의 새 총리가 된 앤서니 알바니즈. EPA=연합뉴스

호주의 새 총리가 된 앤서니 알바니즈. EPA=연합뉴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각각 75%, 50% 감축을 공약한 녹색당과 무소속 후보는 각각 최소 2석, 9석을 확보하며 약진했다. 호주 국립대의 마리야 타플라가 박사는 "이번 선거 결과는 (호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더 크고 빠른 조치가 더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나는 항상 호주 국민과 그들의 선택을 믿어왔다"며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선거 기간 코로나19 대유행 대처와 미국·영국과 함께 중국에 맞선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창설해 프랑스와의 잠수함 계약을 파기한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CNN은 "모리슨은 리더십 스타일이 협력적이기보단 권위주의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또 호주 사회에 충격을 안긴 의회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도 이번 선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반면 알바니즈의 노동당은 최저임금 인상, 재생 에너지 활성화 등을 내세워 호주 국민에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안겼단 분석이다.

"中 정책 변화 없다"...솔로몬제도, 관계 개선 기대감   

일각에선 알바니즈가 집권할 경우 호주와 중국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알바니즈는 호주의 대중국 정책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며, 오커스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각각 오커스와 쿼드 정상회의의 일원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알바니즈의 총리 선출을 축하했다. 그러나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호주와 중국의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다"며 "인도와 쿼드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근 중국과 군사 협약을 맺은 남태평양 요충지 솔로몬제도의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는 "알바니즈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알바니즈가 재임하는 동안 호주와 솔로몬제도의 관계가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알바니즈의 노동당이 제시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가 국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와 맞물려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