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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대선 불복’ 피한 민주당…이재명은 '일꾼론' 당은 '尹 심판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대전 서구 갤러리아 타임월드 인근에서 열린 합동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대전 서구 갤러리아 타임월드 인근에서 열린 합동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지방선거는 유능한 일꾼을 뽑는 선거다”

22일 충북 청주→세종→대전 등 격전지 충청 지원에 하루를 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전선을 진영 대결에서 인물론으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기·철도·공항 민영화 시도가 실제 있다”“추경에서 균형발전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는 등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지만 한덕수 총리 임명 및 내각 인선이나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몰입해 온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등의 진영 대결 이슈는 입에 담지 않았다.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일꾼론’은 정쟁보단 민생을 챙기겠단 의미”라며 “중도층을 회복하지 않으면 격전지에서 승산이 없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보단 국민의힘의 집단적 ‘무능’을 부각하는 데 애를 썼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과연 (권한과 예산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그러한 정치집단이냐”며 “지난 얘기라 하겠지만 차떼기에 북풍(北風)에, 정치 권력을 오로지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남용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런 이 위원장의 태도에 “자신의 조기 등판으로 ‘대선 2차전’으로 흐르는 격전지의 구도를 인물론과 민생 정책 메시지로 중화하려 시도하는 것 같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란 평가가 나왔다.

이 위원장의 메시지는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과정에서 보인 모습과도 같은 맥락이다. 박홍근 원내지도부가 20일 인준 표결 본회의 당일 오전까지 부결 의지를 보였음에도 결국 장시간의 의원총회 끝에 당론 가결로 선회했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인사는 “비대위원들과 광역단체장 출마자들이 가결론을 강하게 주장했다”며 “이 위원장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 게 선회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위원장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첫 출발하는, 새로운 진영을 준비하는 단계라는 점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20일 본회의에 앞선 의원총회에선 그의 최측근인 김영진 의원이 나서 “한 후보자를 부결시키면 (6·1 지방선거에서) 즉사하는 것이고, 인준을 연기하면 고사(枯死)하는 것”이라며 부결론에 맞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수완박’으로 중도층 민심이 대거 이반한 게 확인되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의 조기 등판과 한덕수 총리 인준 부결이 맞물렸다면 ‘대선 불복’ 프레임에 걸려들었을 것”이라며 “경기·충청 중원 사수에 명운이 걸린 이 위원장 입장에서 부결은 방치할 수 없는 결과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 직전 이재명계인 김영진·김병욱 의원이 “검수완박하면 지지율 오른다고, 지지층 결집된다고 주장한 이들은 다 어디간거냐”는 등의 사담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재명 ‘자제’에도 민주당은 선명성 올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현안 토론회 - 청와대 용산 졸속 이전 문제점과 대책'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현안 토론회 - 청와대 용산 졸속 이전 문제점과 대책'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이 주도하는 ‘중도층’ 회복 시도가 흔들림 없이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이날도 민주당은 ‘윤석열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용산파괴저지 및 용산미래 100년 지키기 운동본부’도 출범시켰다. 본부장인 김영배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지성적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서울시민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4일엔 집무실 이전에 따른 교통체증 현장 점검, 25일엔 당 지도부 차원의 대국민 ‘용산 파괴’ 호소 기자회견 등을 잇따라 열기로 했다. 이수진 선대위 대변인도 “내각 남성 편중 인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은 궁색한 책임 회피다”,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 임대료 나눔’ 공약은 어디로 갔느냐” 등의 논평을 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서울권의 한 초선 의원은 “투표율이 저조한 지방선거 특성상 지지층 최대 결집으로 윤석열 정부의 허니문 효과를 상쇄시켰어야 하는데 인사청문회와 총리 인준 국면에서 얻은 게 없다”며 “오히려 고정 지지층이 실망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한 총리 인준 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한덕수를 왜 인준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인 자들이 봉하에 가게하는 게 중요하나”, “강압적 억지 불통에 장단 맞춰주는 나약하고 비겁한 졸보” 등 분노한 극성 당원들의 항의와 탈당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강경론이 다시 득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선거 흐름이 민주당에 결코 좋지 않아온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그들만의 세 규합’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여기서 강경한 발언들이 속출한다면 격전지의 선거 흐름이 더 어렵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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