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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법사위원장·김기현…한덕수 인준 뒤에도 국회는 전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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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의 최대 뇌관이던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 문제가 지난 20일 가결로 해결됐지만, 여전히 원내 상황은 안갯속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거취 문제도 아직 결론이 안 났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서도 여야가 힘겨루기 중이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정 후보자는 이르면 22일 자진사퇴하거나 지명철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명시적인 입장 표명을 한 건 없다. 하지만 대통령실 참모 대다수는 국민의 ‘임명 반대’ 여론을 고려해 정 후보자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로 의견을 내고 그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정 후보자가 사퇴하더라고 국회 긴장도가 크게 떨어질 것 같진 않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가 부적격으로 봤던 인사들을 윤 대통령이 계속 임명하면서 임계치가 이미 넘었다. 정 후보자를 임명하든, 철회하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 ‘합의 파기’냐 ‘권한 밖 합의’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8일 자정께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본회의장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8일 자정께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본회의장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누가 가져가느냐도 향후 원내 정국을 얼어붙게 만들 요소다. 지난해 7월 윤호중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대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고 합의했다. 과거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 관행을 깨고 21대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여당인 민주당이 맡았기 때문에 후반기엔 국민의힘이 맡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박홍근 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당시 합의를 “권한 밖의 합의”라며 재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합의 당사자였던 윤호중 비대위원장까지 전날(21일)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 쉽지 않겠다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합의를 번복하는 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후속 법안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 처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수청 설치 법안의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합의 파기 조짐에 펄쩍 뛰고 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윤호중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날 페이스북에 “전임 원내대표로서 저와 함께 협상하고 직접 합의안에 서명까지 한 윤 위원장의 합의 번복 논리가 궁색 맞고 쪽팔리기까지 하다”고 썼다. 이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오랜 국회 관행을 깼던 민주당과 윤호중 아니었나”머 “저 같으면 정치 안 하면 안 했지 쪽팔리게 정치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오는 30일부터 후반기 국회가 시작되지만 법사위원장 문제 때문에 여야는 그 전까지 원 구성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 새 불씨, 김기현 징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9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징계안 상정이 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9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징계안 상정이 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기현 의원 징계안도 향후 여야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법사위원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할 당시 김 의원이 ‘위원장석을 점거, 회의 진행을 심각히 방해했다’는 이유로 지난 4일 징계안을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징계안은 국회 본회의로 직행했고,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 속에서 가결되면서 김 의원은 국회 출석정지 30일의 징계를 받게 됐다. 국회에서 제1당이 제2당의 전직 원내대표를 징계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국민의힘은 징계안 의결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 의원 본인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앙갚음”, “대선 분풀이” 등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전 원내대표가 징계까지 받게 만들었는데 협치가 잘 되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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