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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악수에 울었던 與…6·1선거, 바이든 효과 기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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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지방선거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TV로 지켜보며 쓴 잔만 들이켰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국민의힘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2018년 6·13 지방선거 때는 ‘판문점 선언’이나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으로 민주당이 환호하고 우리 당은 휘청거렸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여권에서 ‘바이든 효과’를 내심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바이든 대통령은 6·1 지방선거를 12일 앞둔 시점에 한국을 찾아 2박 3일간 일정을 소화했다. 2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서울 용산 청사에서 정상회담을 했고, 이후 나란히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환영 만찬을 갖고 한·미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과 당이 내세웠던 한·미 동맹 강화 기조를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TV 토론회 등에서 여러 차례 “최우방국은 미국”이라고 강조했고, 한·미 동맹 재건을 외교 분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 외교’ 등에 반감을 가졌던 젊은 층도 상당히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태영호TV 유튜브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태영호TV 유튜브 캡처]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선거를 앞둔 여당에게 보탬이 되는 장면이 몇 차례 연출됐다.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전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21일 환영 만찬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한 게 대표적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에서 제가 이기는 데 큰 도움을 준 분”이라고 안 후보를 소개했다고 한다. 이에 안 후보는 “제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공학 석사를 받고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에서 MBA를 받았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였다”며 굉장히 반가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통역 도움 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지성호 의원이 인사하자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감을 표시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입국 후 첫 일정으로 윤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방문한 것을 두고도 여당 내에서는 “경기지사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당 선거 유세에서도 한·미 정상회담이 언급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경북 영천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만찬을 했다”며 “대통령 하나 바꿨는데 국격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2018년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2018년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맞붙은 6·13 지방선거 때는 여야 상황이 정반대였다. 그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해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선거 하루 전인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았고 관련 소식이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남북 정상회담은 지방선거용 평화쇼”(홍준표 대표)라고 반발했지만 목소리가 묻혔다. 지방선거 결과 자유한국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대구시장, 경북지사를 제외하고 모두 패배했다. 당시 선거를 치렀던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유세 현장을 열심히 돌아도 관심이 온통 트럼프·김정은 회동에 쏠려 역부족이었다”고 회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위치한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실을 찾아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위치한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실을 찾아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투표 목전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자 여당 내에서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껏 정상회담은 대체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정권 초기 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중에 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청신호”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 여부에도 촉을 기울였지만, 두 사람의 회동은 결국 무산됐다. 문 전 대통령은 대신 21일 바이든 대통령과 1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다만 격전지 판세가 박빙인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이 뜻깊은 것은 맞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이 손을 맞잡은 임팩트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실제 선거 결과는 막판 일주일의 선거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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