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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보다 ‘압박’ 무게 둔 尹·바이든…계산기 두드리는 김정은[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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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및 억지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는 북한에 조건 없는 지원을 약속하며 '대화의 길'도 열어놨지만,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국 간 다각적 협력 강화에 더 주력했다.

이제 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갔다. 미국과 장기전을 공언한 그가 '마이웨이'식 강 대 강 대결을 이어갈지, 아니면 협상 재개로 방향을 틀지 복잡한 계산이 시작됐다.

방점은 강력한 대북 억지력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 강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2018년 1월 이후 멈춰있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기 재가동에 합의하고유사시 한국에 제공하는 미국의 '확장억제' 전력으로 '핵·재래식·미사일 방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최근 수년간 조정된 규모로 실시해온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도 개시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 해병대가 경북 포항시 송라면 독석리 해안에서 연합 상륙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송봉근 기자

한·미 양국 해병대가 경북 포항시 송라면 독석리 해안에서 연합 상륙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송봉근 기자

공동성명은 또 북한이 포기해야 할 대상을 핵과 미사일로 국한하지 않은 채 대량파괴무기(WMD) 전반으로 확대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 즉 제재 유지 필요성도 못박았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도 재확인했다.'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의 비핵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 공동성명은) 사실상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성격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며 "한·미 정상이 북한이 대화에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적인 판단을 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타이밍 보는 北

북한은 일단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며, 22일 오전까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정상회담 결과를 탐색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양새다. 다만 한·미의 연합방위태세 제고를 통한 억제력 강화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방침 등에는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3월 24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 3월 24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현재(22일 오후 3시 기준)까지 도발은 없었지만, 여전히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방일 일정(5월 20~24일) 중에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9일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징후가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또 "핵실험 준비도 다 끝냈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공개했다.

한·미·일 정상이 연쇄적으로 만나 단호한 북핵 대응 의지 표명하는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정세를 가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연합훈련 확대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의제에서 빠졌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 소식통은 "정상회담에서 사드 이슈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한·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이는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과 연계돼 있어 언제든 재점화 될 수 있는 인화성 높은 이슈"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확산세 꺾였다는 北

한·미 정상은 회담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 등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자체적 방역 역량으로 해결한다는 분위기다. 시간 문제일 뿐 예상대로 도발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더 실리는 이유다.

북한 매체들은 22일 전날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북한 전역에서 18만6090여명의 코로나19 관련 발열 환자가 발생했으며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북한 방역 컨트럴타워인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현재까지 사망자 총수는 67명, 치명률은 0.003%"라고 밝히며,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당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기 위해 노동당 본부청사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당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기 위해 노동당 본부청사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 당국은 이날도 관영매체를 통해 코로나19 호전 상황을 전하며 민심동요 차단에 주력했다. 노동신문은 1면 사설에서 "짧은 기간에 전염병 전파 상황을 안정적으로 억제·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당이 취한 비상방역정책이 열백번 정당하다는 것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이 그간 취해온 방역 정책에 대해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하는 만큼 당분간 우방국인 중국 등을 통해 필수 의약품을 공급받아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한·미 양국의 인도적 지원을 거부할 것이란 전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코로나19확산세가 폭증하더라도 한·미 보다는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사태를 내부 결속의 기회로 삼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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