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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까지 언급했다, 북에 맞설 美 확장억제…韓의견 반영 어떻게[한ㆍ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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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은 21일 한ㆍ미정상회담에서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맞서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분명하게 재확인했다. 특히 확장억제의 수단으로 핵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는 북한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ㆍ미 연합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고, 전략자산을 적기에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미국이 필요할 경우 핵 억제력을 동맹국이나 협력국을 제공하는 방위공약을 뜻한다.

흔히 핵우산으로 번역하는데, 확장억제의 수단으론 핵 이외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재래식 무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같은 미사일 방어능력도 있다. 한ㆍ미 국방부 장관은 매년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 공약을 풀어썼다. 대통령실 안보실은 “정상 차원에서 처음으로 확장억제 제공을 구체적으로 공약했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선제 타격을 거론하는 데 대해 한ㆍ미가 핵우산 공약의 구체화로 이를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미국은 21일 한ㆍ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맞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의 수단으로 핵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은 21일 한ㆍ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맞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의 수단으로 핵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한ㆍ미는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열기로 합의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확장억제 액션플랜과 북핵 억제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양국 외교ㆍ국방 차관(2+2)이 참석하는 EDSCG는 2016년 12월 출범한 뒤 2018년 2차 회의를 끝으로 더는 열리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화해ㆍ비핵화 협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이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ㆍ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는 연합훈련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에 진전이 있다면 확장억제 신뢰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핵 공격 대비 훈련은 양국이 지난해 12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새로 만들기로 한 연합 작전계획(작계)에 반영될 전망이다. 당시 기존 작계가 북한의 핵ㆍ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새 작계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 2017년 11월 괌에서 출격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와 주한 미 공군의 F-16 전투기 등과 폭격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 공군

지난 2017년 11월 괌에서 출격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와 주한 미 공군의 F-16 전투기 등과 폭격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 공군

그러나 확장억제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사에 기대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EDSCG에서 유사시 동원할 핵전력 목록을 한국에 공개하지 않았다. 박원곤 교수는 “EDSCG에서 핵무기 의사 결정에 한국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ㆍ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소규모(대대급)로 축소했던 연합훈련도 2017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또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 협상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꺼려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라고 표현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적기(適期)라는 의미는 북한의 도발 이후가 아니라 사전 징후가 있을 때를 아우른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4월 13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다연장로켓(MLRS)이 사격을 하고 있다. 당시 훈련에는 48개 부대 2000여 명의 한·미 장병들과 K2 전차, K21 장갑차, 아파치 헬기, F-15K 전투기, MLRS 등 한국군 주요 장비와 주한미군의 브래들리 장갑차, 아파치 헬기, A-10 공격기 등이 참가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4월 13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다연장로켓(MLRS)이 사격을 하고 있다. 당시 훈련에는 48개 부대 2000여 명의 한·미 장병들과 K2 전차, K21 장갑차, 아파치 헬기, F-15K 전투기, MLRS 등 한국군 주요 장비와 주한미군의 브래들리 장갑차, 아파치 헬기, A-10 공격기 등이 참가했다. 뉴시스

한ㆍ미 국방부는 이르면 다음 달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연합훈련과 전략자산을 협의한다. 전경주 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서 ‘한ㆍ미 군사동맹 강화’ 항목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부분 성사됐다”고 평가했다.

한ㆍ미 양국은 또 방위산업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AgreementsㆍRDP)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방산업계에선 방산 기술 향상과 수출 실적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시작된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한·미 연합훈련인 이번 CCPT 또한 예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진행됐다. 뉴스1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시작된 지난달 18일 오후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한·미 연합훈련인 이번 CCPT 또한 예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진행됐다. 뉴스1

미 연방정부 조달 시장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무기 등 방산 물자의 경우 한ㆍ미 FTA 대상에서 빠져 있다. 미국과 따로 RDP를 맺어야 미국산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ㆍBAA) 적용 등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영국ㆍ호주ㆍ일본 등 우방 28개국과 RDP를 맺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박사는 “RDP가 체결되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산 협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당장 수천 대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의 차기 장갑차 도입사업에서 한ㆍ미 공동개발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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