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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싹 비웠다…"왜 이렇게 맛있나" 美 극찬 식전·식후메뉴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만찬에는 소갈비와 비빔밥 등 메인메뉴 외에도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애피타이저와 디저트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식전 먹거리(애피타이저)로는 자색고구마·단호박·흑임자로 만든 3가지 전병과 팥 음료가, 후식(디저트)으로는 견과류, 과일과 함께 이천 쌀로 만든 쌀케이크가 준비됐다.

“건강한데 맛있네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남기지 않고 접시를 비웠으며, 약 30명의 미국 측 인사들도 한국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메뉴들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백악관 참모는 “헬시 푸드(healthy food)는 원래 맛이 없지 않나. 그런데 여기 나온 헬시 푸드는 왜 이렇게 맛있나. 이름이 뭔가”라며 연신 메뉴에 적인 이름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 메뉴에 오른 자색고구마, 단호박, 흑임자 전병 3종류와 팥 음료. [사진 대통령실]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 메뉴에 오른 자색고구마, 단호박, 흑임자 전병 3종류와 팥 음료. [사진 대통령실]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 메뉴에 오른 쌀케이크와 견과류, 과일, 오렌지 젤리. [사진 대통령실]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 메뉴에 오른 쌀케이크와 견과류, 과일, 오렌지 젤리. [사진 대통령실]

사실 이번 만찬은 새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준비 기간이 충분치 않았다. 과거 해외 국빈 오·만찬을 담당했던 셰프들 사이에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기준으로 메뉴 기획과 준비에 통상 2~3개월이 걸리는데 이번엔 시간이 짧았고 주방 등 조리 공간도 청와대가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이어서 애로점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 대신 음식량을 늘려 포만감을 주기보다 좋은 재료로 임팩트를 주고, 고구마와 호박 등 호불호가 크지 않은 식재료로 한국의 특색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서 인기얻는 ‘할매입맛’ 

외교적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해외 손님과의 식사에 한국의 식재료와 메뉴가 나오는 건 오랜 관례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도 한국 전통 음식들은 국내 젊은 소비자들과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다양한 흑임자 디저트를 소개하는 한 유튜브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다양한 흑임자 디저트를 소개하는 한 유튜브 영상. [사진 유튜브 캡처]

일례로 최근 제빵제과업계에선 흑임자·인절미·쑥·단호박 등 전통재료들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크림빵·케이크·슈·크루아상·쿠키·마들렌·휘낭시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유튜브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할매입맛’이라 불리는 전통 식재료를 사용한 메뉴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의 경우 지난해 전국 매장에서 전통간식 제품만 250만개 넘게 판매됐다. 발효건빵·누룽지과자·김부각·자색고구마뻥튀기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엔 최근 유행하는 복고(레트로)문화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윗세대가 즐기던 음식들이 참신하고 흥미로운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세대)’ 문화가 퍼지고 있다.

세계 미식가 사로잡은 한식은? 

대중문화가 아닌 고급 미식업계에서도 한국 식재료는 깊이있게 다뤄지고 있다. 미쉐린가이드 2스타 한식 레스토랑인 ‘권숙수’를 운영하는 권우중 셰프는 “파인다이닝(Fine Dining)을 제공하는 최고급 식당에서도 한국음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요리들이 많이 각광받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전만해도 오직 한식을 맛보기 위해 한두 달 전부터 예약하고 찾아오는 외국인 손님들이 전체 예약의 절반을 차지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준이 높아져 이제 고급 한식당에선 하얀민들레, 수십 년 된 씨간장 등 희소성 있는 토종 식재료를 찾아 요리에 쓰려는 시도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권우중 셰프의 '민들레 국수' 요리. [사진 권숙수]

권우중 셰프의 '민들레 국수' 요리. [사진 권숙수]

세계적 쇼콜라티에 선발대회인 ‘월드 초콜릿 마스터스(WCM)’에서 한국 대표로 선발된 김동석 셰프 역시 “한국 음식은 세계적으로 건강하고 맛있다는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BTS(방탄소년단) 등 인기 연예인들이 한국 문화를 알린 것도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요리대회 경험이 많은데 한국 셰프가 참가하면 대회의 격이 높아진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장류와 김·유자·한우 등 일본보다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고 재평가받는 재료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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