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첩보물 들고 칸에 간 이정재 "정우성은 생각 섹시"

중앙일보

입력 2022.05.22 12:29

업데이트 2022.05.22 16:01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헌트’의 감독 이정재와 주연 정우성이 21일(현지시간) 행사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에서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헌트’의 감독 이정재와 주연 정우성이 21일(현지시간) 행사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에서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태어나서 이렇게 오래 박수받아본 적이 없는데 (정)우성씨가 같이 있어서 그나마 긴장이 덜했죠.”
 ‘오징어 게임’ 스타 이정재(50)도 감독 데뷔 무대는 긴장했다. 각본‧주연을 겸한 첫 연출작 ‘헌트’를 19일(프랑스 현지 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선보인 그는 상영 직후 7분간 박수갈채가 “쑥스럽고 난감했다”고 했다. 배우 경력 30년이 넘는 그가 영어로 외워둔 멘트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단다. 얼어있던 그를 곁에 있던 공동 주연 배우 정우성(49)이 와락 껴안았다. 그 모습이 뤼미에르 대극장 스크린에 생중계돼 환호를 끌어냈다. “준비된 도전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위험한 도전이었잖아요. 그 결과물이 칸에서 상영돼 뿌듯했어요. (이정재 감독이) 그간 많이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냈는데 안아주고 싶었어요.”
21일 칸 현지에서 만난 정우성‧이정재는 서로를 향한 눈빛에서 신뢰와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9)에서 가진 것 없는 청춘의 표상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헌트’로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다시 뭉쳤다.

신인감독 이정재의 250억 액션 공세 

배우 정우성(오른쪽부터)과 이정재 감독, 홍정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대표가 19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헌트’ 시사회 레드 카펫을 지나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배우 정우성(오른쪽부터)과 이정재 감독, 홍정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대표가 19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헌트’ 시사회 레드 카펫을 지나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헌트’에서는 각자 비밀을 감춘 채 대립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됐다. 이들은 조직 내 북한간첩을 색출하라는 명령을 받고 서로를 의심하며 파멸로 치닫는다. “그릇된 신념 때문에 대립하고 갈등하지 말자”(이정재)는 메시지로 전두환 독재정권 전후 한국 현대사의 기점들을 엮어냈다. 이를 한국은 물론 미국 워싱턴, 일본 도쿄를 무대로 한 대규모 총격 액션, 심리전에 담았다.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에 따르면 총제작비가 250억원에 달한다.
원래 첩보 장르를 좋아해 온 이정재는 영화 ‘인천상륙작전’(2017) 출연 당시 한재림 감독의 소개로 ‘헌트’의 원작 시나리오(‘남산’)를 알게 된 후 ‘대립군’(2017) 출연 시기쯤 영화화 판권을 구매했다. 처음엔 감독할 계획은 없었지만, 한재림‧정지우 감독이 각본 과정에서 줄줄이 하차하며 결국 직접 시나리오 개발부터 착수했다. “포기하기엔 자존심이 상해서 안 써주면 나라도 써야겠다, 했죠. 노트북이 익숙지 않아서 몇 번 날려버리곤 까무러쳤죠. 시나리오라는 걸 처음 써봤어요.”

그렇게 4년이 걸렸다. “한재림도 한계가 있다고 한 시나리오를 내가 뭐라고 아집을 부리면서 써나가나. 바보 같은 일이라고도 생각했죠. 한 달 있다가 머리를 식히고 다시 생각하면 뭐가 좀 될 것 같은 느낌이 생겨 노트북 켜놓고 한 글자도 못 써도 6시간이고 10시간이고 계속 있었어요. 한줄이 풀리면 쭉 써졌죠.” 그는 긴장하면 자주 붓는 윗배를 부여잡고 “이 영화를 왜 해야 하나” 자문하며 주제를 다듬어 나갔다고 했다. “원작은 평호와 대학생 유정(고윤정) 사이에 성적인 관계도 있고 저하고 맞지 않았어요. 또 평호 원톱이었는데 이 정도 작품은 (투자금을 충당하려면) 적어도 투톱은 가야 됐죠. 그러면서 인물 김정도에게도 강력한 명분이 필요했어요. 시나리오 큰 흐름을 대여섯번 뒤집어엎었어요.”

정우성, '헌트' 출연 망설인 이유는…

대립하던 평호와 정도가 거울을 마주하듯 닮은 서로의 입장을 깨닫고, 한 몸처럼 뒹굴며 육탄전을 벌이고, 결국 모두의 얼굴이 똑같은 잿더미로 뒤덮이는 장면들에 그가 새긴 메시지는 하나였다. “멍청하게 13년 동안이나 누군가의 선동 때문에 대립하고 갈등하면 안 된다는 얘기죠. 잘못됐다면 바꾸자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영화 '헌트'의 한 장면. 정우성은 안기부 내에 침투한 북한 간첩을 쫒는 요원 역할이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헌트'의 한 장면. 정우성은 안기부 내에 침투한 북한 간첩을 쫒는 요원 역할이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우성은 처음엔 이정재의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 “할 마음이 없다기보다 조심성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다시 한 작품에 서는 데 23년이나 걸린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오랜만에 (작품에서) 만난다는 의미가 사람들을 영화 안으로 들어오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냉정해야 했다. 우리끼리 현장에서 즐기기만 하면 안 됐다”고 말했다. 출연 결정 후엔 박평호와 김정도 사이의 치열함에 집중했다.
그와 이정재가 뒤엉켜 계단을 뒹구는 치열한 육탄전을 직접 소화했다. “긴 시간 촬영하지 않아도 이제 힘드니까 바로 치열해진다. 힘드니까”라고 정우성은 웃으며 말했다. “서로 경력이 더 깊어지기도 했고 심리적 요소에 신경 썼다. 촬영 당시를 담은 홍보영상이 공개되면 아저씨들이 ‘에구구 에구구’ 하는 걸 보실 거”라면서다.

이정재 "정우성은 생각이 섹시한 배우"

배우의 감독 데뷔를 “위험한 도전”이라 표현한 데 대해 정우성은 “영화인으로선 자연스러운 도전이지만 연기 오래 했다고 연출도 하느냐는 더 날 선 시각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 시선을 작품으로 뚫고 나가야 하기에 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우성 자신도 감독 데뷔작 ‘보호자’ 촬영을 이미 마친 상태다. 그는 오히려 자신은 “워낙 어릴 적부터 뻔뻔해서 (비판을) 던지면 맞지만 한 작품으로 끝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한다”면서 “나한테 허락되는, 할 수 있는 투자를 두려움 없이 하면서 경험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영화 '헌트'는 전두환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미국 워싱턴 등지에서 찍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헌트'는 전두환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미국 워싱턴 등지에서 찍었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는 이정재와도 닮은 구석이다. 정우성은 “저희가 옛날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조조영화로 보고 너무 뭉클해서 낮술도 했다. 그런 사적인 시간들의 공유, 그가 선택한 작품들, 연기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런 걸 볼 때마다 자극도 되고 응원하고 싶어졌다”면서 이정재에 대해 “그 역시도 나를 늘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가장 칭찬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반대로 감독 이정재가 본 정우성은 “생각이 섹시한 배우”다. “잘생겼다고 해서 멋있는 연기를 할 수 없거든요. 생각이 멋지고 바르고 섹시해야지 그 모습과 행동이 나오는데 정우성씨에겐 그 모든 게 되어있어서 찍기 편했습니다.” 영화 ‘헌트’는 오는 8월 극장 개봉한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첩보영화 '헌트'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주연 배우 정우성(왼쪽)과 이정재가 21일 칸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첩보영화 '헌트'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주연 배우 정우성(왼쪽)과 이정재가 21일 칸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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