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떠오르는 '쌔끈한' 첫인상...1억7000만원짜리 '회장님 車'

중앙일보

입력 2022.05.22 09:00

업데이트 2022.05.30 10:16

 기대 이상의 승차감을 자랑한 제네시스 G90 LWB. 문희철 기자

기대 이상의 승차감을 자랑한 제네시스 G90 LWB. 문희철 기자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LWB)는 현재 시판 중인 국산 승용차 중에서 가장 비싸다. 공식 출고가격이 1억6557만원이다(개별소비세 3.5% 적용). 시트(400만원)나 뒷좌석 모니터(300만원), 내장 카메라(80만원) 등 선택 품목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더 비싸진다.

차체 길이 5465㎜…그래도 쌔끈한 첫인상 

지난 10일 서울~남양주 왕복 70㎞ 구간에서 제네시스 G90 LWB를 시승했다. 먼저 차체가 눈길을 압도한다. 제네시스 G90 LWB는 기존 제네시스 G90 차량을 기반으로 뒷좌석 문짝을 길게 늘이고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구분하는 기둥을 굵직하게 확장한 모델이다.

전조등·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는 가로형 전면 램프와 제네시스 G90 LWB 전용 20인치 휠. 문희철 기자

전조등·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는 가로형 전면 램프와 제네시스 G90 LWB 전용 20인치 휠. 문희철 기자

G90 LWB는 넓은 실내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3370㎜)를 늘려 차체 길이(5465㎜)가 상당히 길어졌다. 대형 세단 제네시스 G90(5275㎜)과 비교하면 190㎜ 길다.

그런데도 차량을 처음 접하면 덩치에 안 어울리게 ‘쌔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핏 봐선 스포츠쿠페가 연상될 정도로 날씬한 느낌이 든다. 디자인의 힘 덕분이다. 전조등·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는 얇은 두 줄의 가로형 전면 램프와 트렁크를 따라 길게 이어진 두 줄의 후면 램프가 경쾌하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제네시스 G90 LWB는 얼핏 봐선 스포츠 쿠페가 연상될 정도로 날렵한 몸매를 자랑한다. 문희철 기자

제네시스 G90 LWB는 얼핏 봐선 스포츠 쿠페가 연상될 정도로 날렵한 몸매를 자랑한다. 문희철 기자

날렵함을 완성하는 것은 램프 위로 차체 전면부 엔진실을 덮은 패널(후드)이다. 매끈하게 빠진 디자인이 커다란 조개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미에서 ‘클램셸(Clamshell) 후드’로 불린다. G90 LWB는 후드와 차량 흙받이(펜더)를 하나의 패널로 제작했다. 진유준 제네시스 디자인실 책임연구원은 “G90의 클램셸 후드는 전 세계 시장에 지금까지 출시된 양산차 중 최대 크기의 단일 패널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후면 램프 사이로 삐딱하게 사선으로 자리 잡은 정지등 디자인은 다소 어색하게 다가왔다. 쿠페형 세단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메르세데스-벤츠 CLS의 후면이 연상된다.

트렁크를 따라 길게 이어진 두 줄의 후면 램프가 경쾌하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문희철 기자

트렁크를 따라 길게 이어진 두 줄의 후면 램프가 경쾌하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문희철 기자

두 다리 쭉 펼 수 있는 뒷좌석 공간

G90 LWB의 고급감은 스마트키를 쥐는 순간부터 체감할 수 있다. 일단 스마트키 자체가 클램셸 후드처럼 매끄럽고 감각적이다. 키를 쥐고 다가서면 기아 EV6와 비슷하게 손잡이가 스르륵 튀어나온다.

육중한 손잡이를 여는 순간 서울 중구에 있는 레스케이프호텔의 로비 공간이 떠올랐다. 이 호텔은 와인색 나무 소재로 벽을 장식한 것이 유명하다. 실제로 차 안은 곧고 길게 뻗은 나무 소재의 트림이 센터페시아 상단을 감싼 가죽과 조화를 이룬다. 마름모꼴로 새긴 기하학적인 무늬도 고급스럽다. 실내 기둥을 감싼 부드러운 와인색 세무 재질과 계기판 하단을 덮은 인조가죽도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

각도에 따라 반짝거리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은 고급 와인잔을 연상케 한다. 문희철 기자

각도에 따라 반짝거리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은 고급 와인잔을 연상케 한다. 문희철 기자

와인이 떠오르는 갈색과 붉은색의 어느 중간쯤 되는 시트 색깔이 섬세한 바느질 모양 패턴과 조화를 이룬다. 각도에 따라 반짝거리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도 와인 잔이나 다이아몬드를 연상시켰다.

일명 ‘회장님 좌석’인 뒷좌석에 착석하면 실내 공간이 얼마나 큰지 체감할 수 있다. 조수석을 정면으로 밀고 엉덩이를 붙이면 키 178㎝ 성인 남성이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동식 버튼을 조작해 다리 받침대까지 펴면 호텔 라운지에 놓인 편안한 소파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3370㎜)를 늘려 넉넉한 공간을 확보한 제네시스 G90 LWB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3370㎜)를 늘려 넉넉한 공간을 확보한 제네시스 G90 LWB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레스케이프 호텔 7층. G90 시트 색깔과 소재는 이 호텔 로비의 와인색 나무 소재를 연상시킨다.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레스케이프 호텔 7층. G90 시트 색깔과 소재는 이 호텔 로비의 와인색 나무 소재를 연상시킨다.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탑승객의 기분에 따라 실내 공간을 자동 제어하는 무드 큐레이터(mood curator) 기능도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뒷좌석에 설치한 태블릿PC와 유사한 기기를 조작하면 차량 실내 공간의 음악과 조명, 커튼, 마사지 기능은 물론 향기까지 달라진다. 뱅앤드올룹슨의 23개 스피커는 차량 실내 공간을 공연장 수준으로 채워준다.

조수석을 정면으로 밀고 뒷좌석에 앉으면 키 180㎝ 성인 남성이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문희철 기자

조수석을 정면으로 밀고 뒷좌석에 앉으면 키 180㎝ 성인 남성이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문희철 기자

가속력 무난…승차감은 기대 이상

승차감도 기대 이상이었다.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아도 가솔린 엔진의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시승 도중 임시 철판으로 도로를 덮어둔 별내선 1공구 건설 공사 현장을 달렸는데, 철판 소음이 벌레가 멀리 윙윙거리는 수준으로 느껴졌다. 도로가 군데군데 움푹 팬 세종~포천 고속도로 공사구간을 주행해도 몸에 전달되는 충격은 미미했다.

가속력은 무난한 편이다. 415마력의 넉넉한 출력이, 딱 필요한 만큼의 가속력을 제공했다. 물론 스포츠세단처럼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즉시 순간적으로 가속되는 느낌은 없지만, 소음 없이 부드럽고 경쾌하게 속도계 바늘이 상승했다.

제네시스 G90 LWB는 지도에 경로 정보를 증강현실 방식으로 입힌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문희철 기자

제네시스 G90 LWB는 지도에 경로 정보를 증강현실 방식으로 입힌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문희철 기자

정체가 심각한 올림픽대로 구간에서 측정한 연비는 L당 8.2㎞였다. 2345㎏에 달하는 차체 무게를 생각하면 딱 기대한 만큼이다. G90 LWB의 도심구간 공인연비는 L당 7.1㎞, 고속도로 공인연비는 L당 10.0㎞이다.

최고가 국산차 G90 LWB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1억4060만~2억3060만원, BMW7 시리즈는 1억3870만~2억3340만원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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