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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수본 임기 보장할까…3년전 "검찰춘장" 조롱 떠오른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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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사회2팀장의 픽 : 대통령은 국수본부장 임기를 보장할까


“그게 안 지켜지면 아마 조직 전체가 동요할 겁니다.”
최근 경찰의 한 핵심 간부가 이런 걱정을 했습니다. 그가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 건 ‘국가수사본부장의 임기제’입니다. ‘그건 또 뭐냐’라는 궁금증이 생기시죠. 불과 몇 년 사이 시스템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일반 국민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졌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國家搜査本部ㆍNational Office of InvestigationㆍNOIㆍ이하 국수본)는 지난해 출범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의 결과물입니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에서 벗어나 권한이 커지면서 국수본 체제가 생겼습니다. 검찰보다 정치적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는 경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해 행정 경찰과 수사 경찰을 분리한 것입니다. 행정 경찰의 수장이 경찰청장이라면, 수사 경찰의 보스가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입니다. 그 자리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청하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국회 청문회 절차는 없습니다.

지난해 3월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연합뉴스]

검수완박법까지 통과됐으니 실무적으로는 국수본부장의 위상은 검찰총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 합니다. 검찰총장이 그러하듯, 2년 임기제를 둔 것도 그래서입니다. 초대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지난해 2월에 임명돼 내년 2월까지가 임기입니다. 문제는 임기 중에 정권이 바뀌었고 새 정부가 검수완박법 등 그간의 변화에 불만이 많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 걸쳐진 초대 국수본부장의 임기 보장 여부는 유의미한 관전 포인트가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인수위사진기자단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행안부 소속 외청이어서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장과 국수본부장, 총경 이상에 대한 제청권을 갖습니다.

이 장관은 판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후배입니다. 그가 권한이 커진 경찰, 검수완박 시스템에 견제구를 날릴 것이라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국수본부장 교체가 직접 거론되진 않았지만, 경찰 통제 방안으로 국수본부장에 비(非)경찰 출신을 앉히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됩니다. 앞서의 경찰 간부가 불안감을 내비친 것도 그런 상황 때문으로 보입니다. 임기제가 지켜지지 않으면 경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는 겁니다.

‘민주적 통제’라는 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3년 전인 2019년 조국 사태가 떠오릅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와중에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과 가족의 비리 의혹을 수사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조 장관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아야 한다”고 공세를 폈죠. 조국의 지지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찰춘장’이라 부르며 비난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한 별명입니다.

 조국 수호 집회 등에서 사용된 검찰춘장 이미지. [중앙포토]

조국 수호 집회 등에서 사용된 검찰춘장 이미지. [중앙포토]

2019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연합뉴스]

2019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연합뉴스]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충성하는 대통령이 지금의 시스템 혼란을 어떻게 풀어갈지 자못 궁금합니다. 외압으로 검찰총장 임기를 못 채운 그가 경찰청 국수본부장 임기제엔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입니다.

검수완박,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경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 등 복잡다단한 문제에 어떤 우선순위가 부여될까요. 게다가 야당과의 협치도 필수이니 난제 중의 난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걸 풀어낼 지혜가 부디 새 정부에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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