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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文자리'서 의사봉 치는 박지현…“중진 앞서도 할 말 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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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대전 유성구 호텔 ICC웨딩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6·1지방선거 필승결의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대전 유성구 호텔 ICC웨딩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6·1지방선거 필승결의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치입문 4개월 차인 26세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최강욱 의원의 성적 발언 논란,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문제에 강경하게 대처한 그가 각종 정치 현안에도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19일 KBS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성폭력 범죄를 감싸면 이준석 대표를 어물쩍 넘기려는 국민의힘과 뭐가 다르겠느냐”라며 “이 대표의 성 상납 사건도 당 대표직을 사임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데 이것에 대해 침묵하는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전날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자신이 팸플릿을 보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제 옆에 있던 이준석 대표도 안 보고 부를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논란을 상대당 대표를 향한 역공으로 맞선 것이다.

입지 커진 박지현…박완주 사건에 최고수위 징계 ‘제명’ 주도

지난 1월 27일 박 위원장이 입당할 때만 해도 민주당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 3월 대선에서 박 위원장은 2030여성 표심을 끄는데 일정 부분 역할했지만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빛이 바랬다. 그가 3월 13일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되자 당 내에선 “26살 정치신인에게 당 대표급인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은 당의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재선 의원)는 말도 나왔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팸플릿을 보며 노래를 부른 것에 대해 '커닝'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팸플릿을 보며 노래를 부른 것에 대해 '커닝'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한 지난 두 달간 당내 평가는 조금 달라졌다. 그는 지난달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경선 배제 결정을 비대위에서 뒤집었다. 지난 6일에는 당 내 이견에도 이재명 위원장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전략공천했다. 최근 성비위 논란에 휩싸인 3선 박완주 의원에 대해선 최고 수준의 징계인 제명까지 끌어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완주 사건’에선 박 위원장이 피해자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보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사안을 파헤친 것이어서 더 단호하게 조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 위원장은 장철민 의원실 보좌관 출신인 황두영 정무조정실장을 임명하는 등 ‘당 대표급’ 진용도 갖췄다. 황 실장은 『외롭지 않을 권리』라는 저서를 쓴 작가인데 그의 조언으로 박 위원장의 최근 발언은 좀 더 매끄러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출신의 민주당 당직자는 “박 위원장이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의가 진행되면 한명숙·문재인·이해찬 대표가 앉았던 ‘진짜 대표’ 자리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날을 번갈아 가며 앉는다”며 “대표 자리에 앉는 날이면 중요한 결정 사안에 대해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의결까지 마무리 지을 정도로 입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팬덤 정치의 한계…李지지자는 박지현에 “내부총질” 비판

그러나 박 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비판도 함께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당 내 성비위 문제에 강경하게 대처하자 친이재명계 강성 당원들이 반발하면서다. 이들은 민주당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에 마이너스 요인” “당 지지율을 깎아 먹는 박 위원장을 사퇴시켜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당직자는 “박 위원장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박 위원장의 정치적 기반인 ‘2030여성’과 ‘이재명 지지자’의 요구가 상충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위원장이 여성·청년 정치인으로 당내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지만,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한 이재명 지지자들에겐 이런 대처가 ‘내부 총질’로 비칠 수 있어서다. 이에 당 일각에선 박 위원장이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할 거란 전망도 있지만 “친이재명계 당원들의 낙선 표적이 될 것”(당직자)이란 말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수위가 높은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 지도부 사이에선 ‘독선적’이란 말도 적잖게 나온다”며 “윤호중 위원장조차도 ‘박 위원장의 속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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