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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씹지 말고 삼켜라…일본 소바만 13년 파고든 장인의 손맛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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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③ 하루

"구수한 메밀 뒤로 이어지는 쯔유의 감칠맛, 장인정신이 깃든 최고의 소바"

수타 소바 전문점 '하루'의 대표 메뉴, 자루소바. 사진 김성현

수타 소바 전문점 '하루'의 대표 메뉴, 자루소바. 사진 김성현



STORY 

”일본에서 소바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이들은 셰프가 아닌 쇼꾸닝(しょくにん∙장인)으로 불립니다. 소바를 손으로 제대로 만드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소바를 만들기 시작한 지 8년이 지나서 처음 ‘쇼꾸닝’이라고 불렸는데, 아직도 부끄럽습니다. 매일이 도전이죠.”

용인시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하루'는 일본 손님들도 많이 찾는 유명 소바 맛집이다. 사진 김성현

용인시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하루'는 일본 손님들도 많이 찾는 유명 소바 맛집이다. 사진 김성현

용인시 동백구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수타 소바 전문점 ‘하루’의 대표 정준모(41) 씨의 말이다. 일본 핫토리 요리학교를 나와, 약 13년간 소바라는 음식 하나만 파고 들었던 그는 도쿄의 유명 수타 소바 전문점 이시츠키(Ishi Zuki (手打ちそば 石月))에서 9년간 업력을 쌓았다. 마지막 2년은 주방장으로서 이시츠키를 책임졌고 현지에서도 ‘쇼꾸닝’으로 통했다.

한국을 넘어 일본과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경쟁력 있는 소바집을 만들고 싶었던 그가 ‘하루’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제일 좋다는 메밀을 수소문해 찾아낸 제주산 메밀로만, 하루도 쉼 없이 즉석에서 면을 만들어낸다. 가게 입구에는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화강암 맷돌이 계속해서 돌아가며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소바 면을 만드는 정준모 대표. 사진 김성현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소바 면을 만드는 정준모 대표. 사진 김성현

15인분의 면을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만 꼬박 40분. 곱게 가루를 내리고, 힘껏 반죽하고, 칼로 면 하나하나를 잘라내는 과정은 모두 정준모 대표의 손을 거친다. 그는 “바로 갈고, 바로 썰고, 바로 삶아 내는, 일본식 표현으로 ‘삼타테(三たて)’가 좋은 소바의 필수 조건”이라며 “몸이 힘들더라도 기본을 지키는 것에만 충실하다면 맛이 없는 소바가 나올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가게에는 현지의 맛을 느끼고 싶은 일본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

EAT

메밀의 단맛과 쯔유 특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하루'의 자루 소바. 사진 김성현

메밀의 단맛과 쯔유 특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하루'의 자루 소바. 사진 김성현

비빔밥은 섞어서 먹고, 규동은 비비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라는 절대적인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먹었을 때 음식을 만든 이가 의도한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자루 소바 역시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면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어 꼭꼭 씹어보면, 메밀의 구수함과 재료가 가진 본연의 독특한 단맛이 올라온다.

면이 가진 맛을 즐겼다면, 이제부터는 왼손에는 쯔유가 담긴 그릇을 들고, 적은 양의 면을 살짝 쯔유에 찍은 채 마치 마시듯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보자. 메밀의 단맛 뒤로 쯔유 특유의 풍미가 퍼져 오른다. 면을 씹으면 메밀이 지닌 맛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라도 면을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키는 것을 추천한다. 칼로 직접 썰어내 각이 살아있는 면이 목 뒤를 넘어가는 순간, 전에 없던 쾌감이 온몸을 감싼다.

쯔유에 면을 푹 담가 먹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소바라는 메뉴가 가진 진정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면은 마치 살아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생기가 있고, 기분 좋은 짭짤함과 고소함의 하모니는 손을 멈출 수 없게 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따뜻한 오리고기 국물과 시원한 소바를 함께 곁들인 '하루'의 별미, 카모 쯔케 소바. 사진 김성현

따뜻한 오리고기 국물과 시원한 소바를 함께 곁들인 '하루'의 별미, 카모 쯔케 소바. 사진 김성현

진하고 깊이 있는 풍미의 따뜻한 오리고기 국물과 시원한 느낌의 소바를 함께 곁들이는 카모 쯔케 소바 역시 별미다. 국물의 온도와 면의 온도가 달라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두 가지 재료는 입 안에서 색다른 맛을 뽑아낸다. 메밀의 고소함과 오리고기가 가진 고소함, 두 종류의 각기 다른 고소함은 잠들었던 미각을 일깨운다.

'하루'의 튀김 요리는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가고 한번에 튀기지 않아 완벽한 '겉바속촉'을 자랑한다. 사진 김성현

'하루'의 튀김 요리는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가고 한번에 튀기지 않아 완벽한 '겉바속촉'을 자랑한다. 사진 김성현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가는 튀김 역시 ‘하루’의 강력한 무기다. 언제나 최상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정 대표는 재료를 한 번에 튀기지 않는다. 순동 냄비에 몸을 담근 재료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속은 촉촉하되 겉은 완벽하게 바삭하다. 그야말로 훌륭한 튀김의 표본과 같다.

그가 일본에서 10년 넘게 손질하며 노하우를 쌓은 에도마에 식재료(도쿄 앞바다에서 잡히는 아나고(장어)와 새우, 보리멸 등)로 만든 튀김은 동네 흔한 소바집에서의 평범한 그것을 예상했던 이들의 편견을 깰 정도로 빼어난 퀄리티를 보여준다. 취향에 따라 준비된 말차소금을 곁들이면 재료와 튀김 이외에 색다른 감칠맛이 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루

· 주소 :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5로 22

· 가격대 : 2~3만원대(소바와 튀김 포함)
· 메뉴 : 수타소바, 덴푸라
· 대표 메뉴 : 자루 소바, 새우 붕장어 덴푸라 소바, 카모쯔케 소바 등
· 예약 안내 : 031-679-0007
· 주차 : 2시간 30분 무료
#수타소바 #덴푸라 #일식 #장인정신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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