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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외에 '이들'도 대박 터진다...6.3조 보따리 푸는 정의선

중앙일보

입력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앞줄 왼쪽)와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앞줄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19일(현지시간)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협약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앞줄 왼쪽)와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앞줄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19일(현지시간)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협약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면담이 22일 오전 예정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미국 내 6조3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관련 투자 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전기차 승부수’…현대차그룹, 6.3조 투자해 美에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에 전기차 공장 신설을 결정한 건 전기차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현대차·기아는 8만1744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에서 5.7%의 점유율(세계 5위)을 기록하고 있다. 선두 업체인 미국 테슬라(31만411대)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공장 신설을 발표하면 전 세계의 이목이 현대차에 쏠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현지에서 현대차그룹의 차량에 대한 브랜드 주목도·신뢰도가 상승하면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 신설 전후 주요 지표 비교. 그래픽 김영옥 기자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 신설 전후 주요 지표 비교. 그래픽 김영옥 기자

완성차 판매 증가→부품산업 활성화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 각각 앨라배마공장, 조지아공장을 설립한 이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 도약했다. 공장 가동 이전인 2004년 연간 70만 대 이하였던 양사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149만 대로 2배 이상이 됐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 대수(126만 대)보다 많은 수치다.

덕분에 2004년 대비 지난해 한국 공장 수출 대수는 79% 증가했고,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79%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공장 고용 인원도 26% 증가했다. 해외 공장 신설로 늘어난 자동차 판매량이 한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기차 공장 신설로 대미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 다시 한번 이 같은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왼쪽)와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오른쪽)이 투자협약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왼쪽)와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오른쪽)이 투자협약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은 국내 설비업체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프레스, 컨베이어, 용접 로봇, 차체 조립, 운반 관련 주요 설비와 금형 등 생산설비의 상당 부분을 국내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자동차부품 산업 활성화 효과도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해외시장 개척에 난항을 겪던 한국 중소 부품업체에 미국 진출 길을 열어준 대표적 사례다. 현재 40개 부품기업이 현지에서 현대차·기아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기업의 대미 수출액은 2004년 11억7500만 달러(약 1조4900억원)에서 지난해 69억1200만 달러(약 8조7700억원)로 6배로 커졌다.

현대차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 그래픽 김영옥 기자

현대차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 그래픽 김영옥 기자

부품 협력업체 美 진출도 기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자국 물자 우선 구매)’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 연방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먼저 구매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약 44만 대의 미국 정부기관 공용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완성차 현지 생산 부품 비율을 55%에서 60%로 상향 조정하고, 2029년엔 이 비율을 75%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도 본사는 한국에 있지만, 미국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 미국산 제품이 된다. 현지 부품기업과 함께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미국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건설하는 전기차 전용 공장은 현지에서 생산·판매를 늘리고, 한국 부품기업의 수출·고용을 늘릴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성공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조2000억 달러(약 1522조8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미국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 설비 50만 기를 설치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해 8월엔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 중 친환경차 비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힘입어 2030년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602만 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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