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 규탄, 인권우려…文땐 없던 표현들 대거 등장했다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2022.05.21 20:03

업데이트 2022.05.21 23:22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 전까지는 제재와 압박 유지.

만나기 전에도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관이 21일 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성명에서 한목소리로 표현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北 미사일 함께 "규탄"

이날 오후 회담 직후 발표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여타 아시아 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양 정상은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해 올해 들어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점에서 이를 규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 공동성명에서는 북핵과 미사일을 위협으로 규정조차 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당시에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했다”고만 했다.

특히 양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책 강화에 큰 의지를 표했다. 핵심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다. 우선 대통령실이 예고한 대로 2018년 1월 이후 멈춰 있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확장억제 '정상급' 공약

이와 관련,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실은 설명서를 내고 “처음으로 정상 차원에서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에는 “재래식과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공동성명),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했다”(2021년 5월 문 대통령-바이든 대통령 공동성명)고 했다.

윤석열 시대 들어 관련 표현이 다소 구체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과거에는 확장억제라고 하면 핵우산만 생각했는데 그뿐 아니라 전투기나 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자산의 전개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앞으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단독 환담을 마친 후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대화하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단독 환담을 마친 후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대화하는 모습. 대통령실.

韓 의견 적극 개진 여지도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필요 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in a timely and coordinated manner)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긴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조율’이라는 표현은 전략자산 전개 과정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이런 조치들의 확대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조치들을 식별해 나가기로 하는 공약을 함께 재확인했다”라고도 했는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EDSCG를 실제 가동해보면 필요한 추가 조치가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이후 북한과의 대화 여건 조성 및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대폭 축소된 연합훈련 및 연습도 정상화될 전망이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해 양 정상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돼 있다.

'담대한 계획' 다시 등장

한편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북한을 향한 ‘담대한 계획’도 공동성명에 다시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비핵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담대한 계획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구상을 설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부분이다.

남북협력은 통상 남북 간 ‘경제협력’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를 제재망 완화와 연결, 경계심을 보이곤 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공동성명에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문구를 넣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는데, 대화-관여-협력 순서로 협력을 가장 마지막에 언급한 것도 이런 경계심이 반영된 결과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북협력을 지지한다”고만 돼 있는 건 윤 대통령이 선(先)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는 데 대한 신뢰와 지지의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모습. 뉴스1.

비핵화 목표는 CD유지

비핵화 목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로 표현됐다. 당초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만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굳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썼다. 핵 사찰 수용 등 북한의 실질적 행동을 강조했던 기존 입장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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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지난해보다 보다 명확한 문안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 표명 없이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고만 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강조하며 “북한은 협상으로 복귀하라”고도 촉구했다. 다만 지난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공동성명에서 명문화했던 남북 간 판문점 선언 및 북‧미 간 싱가포르 성명 계승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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