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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만찬메뉴는 비빔밥·美소갈비...文땐 독도새우 올려 美당혹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상급 외빈이 방한 때 대접하는 오‧만찬은 외교적 행위의 연장이다. 메뉴 하나하나에도 외교적 코드가 담길 수밖에 없다.

21일 한?미 정상 만찬 메뉴인 미국산 소갈비. 한국식으로 간장 양념에 재운 양념구이다. 사진 대통령실

21일 한?미 정상 만찬 메뉴인 미국산 소갈비. 한국식으로 간장 양념에 재운 양념구이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2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만찬 메뉴를 사전 공개했다. 주메뉴는 팔도에서 나는 제철 나물들을 고추장 소스에 비벼 먹는 산채 비빔밥과 미국산 소갈비를 한국식으로 간장 양념에 숙성시킨 양념구이다. 후식으로는 미국산 견과류 등과 이천 쌀로 만든 쌀 케이크가 대접된다.

한국 각지의 대표적인 특산물을 소개하는 동시에 식재료나 조리법에서 한국산과 미국산을 함께 쓴 메뉴들이 주를 이룬다. 이날 만찬 메뉴의 외교적 코드는 ‘한‧미 조화’인 셈이다.

21일 한?미 정상 만찬 메뉴인 팔도 산채 비빔밥과 두부완자탕. 사진 대통령실

21일 한?미 정상 만찬 메뉴인 팔도 산채 비빔밥과 두부완자탕. 사진 대통령실

공식 만찬주로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한국인 소유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생산한 레드와인 ‘바소’와 함께 국산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 화이트와인인 나파밸리산 ‘샤또 몬텔레나 나파밸리 샤도네이’ 등 한‧미를 대표할 수 있는 와인들이 다양하게 오른다. 역시 화합의 의미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처음 한국을 찾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회담한 2017년 11월에는 가자미구이와 한우 갈비 등이 만찬 메인 메뉴였다. 생선 요리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했다. 가자미는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산이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끈 건 ‘독도 새우’였다. 독도 새우를 넣은 복주머니 잡채가 메뉴에 포함됐는데, 청와대가 언론에 공개한 반상 사진에는 독도 새우 한 마리를 통째로 접시에 담아 소개했다.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만찬 메뉴. 뉴스1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만찬 메뉴. 뉴스1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 인근에서 잡은 새우를 만찬에 올리지 못할 이유는 없었지만, 외교적 후폭풍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당장 일본은 주한 일본 대사관을 통한 외교 채널을 통해서는 물론이고, 장관급에서도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까지 나서 “북한 문제에 한‧미‧일의 연대 강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밀접한 연대에 악영향을 끼치는 듯한 움직임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적절치 않은 문제 제기”라고 반박했지만, 외교가에서도 “꼭 메뉴에 넣지 않아도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굳이 미국 정상과의 만찬에서 이를 논란의 소재로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아쉬움이 나왔다. 문 정부가 지나치게 ‘반일 코드’를 드러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도 공개적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잖이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마치 한‧일 간 갈등 사안에 미국 대통령이 영문도 모르고 참전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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