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9% 폭락에도 18만명 루나 샀다…그들이 부나방 된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5.21 09:00

업데이트 2022.05.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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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루나' 시세. 뉴스1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루나' 시세. 뉴스1

휴짓조각이 된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몰려드는 기이한 시장이 있다. 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다. 사흘 만에 가치가 99.99% 증발하며 시가총액 51조원이 사라지고 상장폐지 날짜까지 받아뒀지만, 투자 열기는 더 뜨겁다.

‘상폐빔(상장폐지를 앞둔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노리고 마지막 한 방을 노린 투자자의 ‘단타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면서다.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이들 코인값이 국제 시세보다 수천 배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치솟는 ‘김치 프리미엄’에 해외 거래소에서 산 물량까지 국내 거래소로 유입되며 거래량은 폭증했다.

폭락하는 루나·테라는 ‘죽음의 소용돌이’(월스트리트저널)로 빠져들었지만, 이 소용돌이 속으로 제 발로 걸어들어온 투자자만 약 18만명을 넘는다. 부나방처럼 몰려든 투자자에 시장은 요지경을 넘어 그야말로 난장이다.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루나 코인 보유자는 9만명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수량은 383만개였다. 지난 6일 루나의 국내 보유자 수는 10만명, 보유한 수량은 320만개로 오히려 줄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투자자와 보유 수량이 급증한 건 루나 가격이 곤두박질한 뒤다. 지난달 22일 100달러가 넘었던 루나 가격은 지난 12일 하루에만 99.99% 하락하며 0.1달러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루나 보유자는 이튿날인 13일 17만명으로 늘었다. 지난 15일에는 28만명으로 사흘 만에 10만명이 늘었다. 보유 코인 수도 700억개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만7500여배 뛰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휴짓조각에 베팅을 이어가는 무모한 혹은 담대한 투자자들의 행보 속 루나와 테라 투자자들은 지난 19일 이들 코인을 발행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일 이 사건을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 배당했다. 2년 4개월 만에 부활한 ‘여의도 저승사자’의 1호 사건이 루나·테라 사건이 됐다.

투자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는 “루나와 테라를 설계·발행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며 알고리즘상의 설계 오류와 하자에 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행위, 백서를 고지한 것과 달리 루나 코인의 발행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한 행위가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야후파이낸스 캡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야후파이낸스 캡처]

테라는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테라는 다른 암호화폐로 테라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 이를 위해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가 루나다.

테라폼랩스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발행한 루나로 테라를 매입해 가격을 올린다. 반대로 테라 가격이 1달러 위로 올라가면 테라를 팔고 루나를 사들여 테라의 가격을 낮춘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며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테라의 예대금리 역마진 구조로 ‘폰지 사기’ 의혹까지 제기된다. 테라폼랩스는 투자자의 테라 구매를 유인하기 위해 은행과 유사한 ‘앵커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테라를 산 뒤 앵커 프로토콜에 맡기면 연 19.4%의 이자를 줬다. 반대로 테라를 빌릴 때는 연 12.4%의 대출 금리를 적용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돌려막기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인 점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암호화폐의 경우 자본시장의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서다.

손실 보상 등의 투자자 보호 조치도 쉽지는 않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는 법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으로 자금세탁 등에 관련한 내용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락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마지막 한 방을 향해 ‘죽음의 단타’에 나선 투자자까지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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