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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에 마사지·러닝머신까지…“댕댕이도 고객” 선언한 호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오후 부산의 파라다이스호텔 정원에서 한 고객이 반려견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사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20일 오후 부산의 파라다이스호텔 정원에서 한 고객이 반려견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사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사라지고 한낮 기온이 섭씨 20도 중반을 훌쩍 넘으면서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육박하면서 호텔업계는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내놔 눈길을 끈다.

6조 ‘동물가족’ 시장을 잡아라 

KB금융지주가 발표한 ‘2021년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1448만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지난해 3조 7694억원으로 성장했으며 2027년엔 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례로 윤석열 정부는 새 국정과제로 ‘펫 보험 활성화’를 선정해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려동물과 관련한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반려동물 트렌드’ 조사(2021년)에 따르면 10명 중 7~8명(74.5%)은 반려동물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답했다. 이른바 펫팸(pet+family)족이다. 국내 주요 호텔들도 반려동물과의 ‘가족여행’ 상품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개발하는 분위기다.

반려동물 관련 문의 증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20일 호텔 야외가든에서 몸무게 5~7kg의 소형견과 함께하는 피크닉을 진행했다. 40명 한정 행사에 5배 넘는 참여 문의가 이어졌다. 이날 반려견 심리전문가인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올바른 강아지 산책에 대한 에티켓 강좌를 열었다. 또 반려견을 위한 아로마 마사지 교실과 뷔페, 반려동물 그림 그리기 등 이색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져 참가자들 사이에서 “진짜 멍캉스(멍멍이 호캉스)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20일 부산의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방문한 고객들이 반려견 심리전문가 이웅종 교수가 진행하는 '바른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20일 부산의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방문한 고객들이 반려견 심리전문가 이웅종 교수가 진행하는 '바른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반려동물을 (호텔에) 데려가도 되는지, 관련 서비스가 있는지 문의하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패키지나 시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일 부산의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반려견이 호텔에서 마련한 여러가지 간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20일 부산의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반려견이 호텔에서 마련한 여러가지 간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을 손님으로 대하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조선 팰리스 서울강남 호텔은 투숙 고객에게 하듯 반려견에게 환영다과와 이탈리아 천연화장품 브랜드인 ‘산타마리아 노벨라’ 어메니티(편의용품)를 제공한다. 올해 말까지 예약할 수 있는 반려동물 패키지 고객 대상이다. 이 호텔에선 유모차·러닝머신·하우스 등 다양한 반려동물 전용 용품을 빌려 이용할 수 있고, 룸서비스로 객실 안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도 할 수 있다.

조선팰리스호텔의 '‘나이트 아웃 위드 마이 펫 시즌3’ 패키지가 제공하는 반려동물 전용 러닝머신.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팰리스호텔의 '‘나이트 아웃 위드 마이 펫 시즌3’ 패키지가 제공하는 반려동물 전용 러닝머신.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설계 단계부터 반려동물 친화 호텔을 내세운 레스케이프호텔은 서울의 대표적인 펫캉스 호텔로 자리 잡았다. 이 호텔은 지난해 연말부터 다이슨과 협업해 반려동물 용품이 비치된 ‘다이슨 시그니처 펫 객실’을 운영중이다. 호텔 관계자는 “펫 객실의 경우 예약률이 일반 객실을 뛰어넘고 주말엔 객실이 모두 찰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레스케이프호텔은 다이슨과 협업해 반려견과 편안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다이슨 시그니처 펫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9층 전 객실에 동물 털 등 반려인들의 청소 고민을 해결해 줄 다이슨 제품 4종이 마련돼 있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서울 레스케이프호텔은 다이슨과 협업해 반려견과 편안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다이슨 시그니처 펫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9층 전 객실에 동물 털 등 반려인들의 청소 고민을 해결해 줄 다이슨 제품 4종이 마련돼 있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엄연한 손님’ vs ‘동선 분리해야’ 

서울드래곤시티의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앤레지던스서울용산’은 투숙하는 반려견에게 ‘나는 호텔 고객입니다(I am a hotel guest)’라는 문구가 새겨진 목걸이와 전용 샴푸를 제공한다. 더불어 전용 엘리베이터와 1층 산책 공간 등 반려견 맞춤형 서비스도 마련했다.
남산 기슭에 있는 밀레니엄 힐튼서울 역시 반려동물을 최고로 대접한다는 의미로 ‘VIP(Very Important Pet)’ 패키지를 시작했다. 오는 6월까지 예약할 수 있는데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는 전용 라운지와 최상급 재료로 만든 식사 1회분, 함께 산책하기 좋은 남산 트래킹 코스 지도 등을 제공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엔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대하고 심지어 자녀를 낳지 않는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며 “자녀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기쁨을 얻는 심리에 비추어볼 때 펫 시장은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아동 시장처럼 갈수록 고급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전히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실내 공공시설에선 동선, 활동공간 설계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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