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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는 실세, 시장과 가까워” 초과이익 환수 말한 직원 증언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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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 재판에서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직원 등에 대한 증인 신문 절차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0일 대장동 사건 32차 공판에서 성남도공에서 민간 사업자 공모지침서 작성 실무를 담당한 전직 직원 주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습니다. 그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공모지침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 누락 문제를 지적해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게 질책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년 건설업 경력자가 보기에 이상했던 대장동 공모지침서 

주씨는 성남도공이 2015년 2월 13일 성남시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공고할 당시 개발사업1팀 개발계획파트장으로 일했습니다. 주씨의 부서가 원래 성남도공에서 공모지침서 작성 업무를 맡고 있었죠.

그런데 유 전 본부장은 그 당시 전략사업팀을 신설해 대장동 공모지침서 작성 업무를 맡겼습니다. 신설된 전략사업팀은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 천화동인 4호, 5호 대주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각각 추천해 입사하게 된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가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를 작성하는 사람들과 사업에 뛰어든 민간 사업자가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였던 것이죠. 검찰은 이런 구조 속에서 공사가 대장동 사업을 통해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혜의 핵심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서 성남도공이 초과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조항을 빼버린 것이죠.

민간 건설사에서 20년간 일하다가 2013년 성남도공이 설립되면서 합류한 주씨의 눈에도 대장동 공모지침서는 이상했습니다. 주씨는 공모지침서가 공고되기 하루 전날에야 전략사업팀의 투자사업파트장이었던 정 변호사를 독촉해 공모지침서를 살펴봤다고 합니다. 문제를 인식한 주씨는 그날 저녁 정 변호사를 찾아가 민간사업자들이 초과이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초과이익을 성남도공에 배분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신청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15년 2월 13일에 공고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기새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15년 2월 13일에 공고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기새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서'

“이익 얼마날지 모르는데 확정 위험” 이의 제기 정민용이 묵살 

주씨는 정 변호사에게 “사업 이익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데 확정 이익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이의 제기를 했지만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합니다. “정 변호사가 신규사업 타당성 검토를 용역한 게 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예상되는 이익이 1천몇백억 정도라 손해 볼 것 없다고 답변한 게 맞느냐”는 검찰 질의에 주씨는 “네”라고 답했습니다. 주씨는 “지자체마다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출자 비율대로 배당받는 경우가 많고, 그 당시에도 출자 비율만큼 가져가는 게 통상적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대장동 민관합동 시행사인 성남의뜰 출자 비율은 성남도공이 ‘50%+1주’, 금융기관 43%, 화천대유·천화동인 민간사업자는 ‘7%-1주’였습니다.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 주주들은 개발이익금을 배당받는 대신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 및 수수료를 받는 것(프로젝트 파이낸싱)주주선택했기 때문에 출자 비율대로 배당했다면 공사가 초과이익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죠.

그런데 주씨는 이 일로 유 전 본부장에게 오히려 ‘외부 청탁을 받았냐’며 질책을 당했다고 합니다. 지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회계사는 전언인 점을 전제하면서 “결재가 확정된 공모지침서를 굳이 수정하는 이유가 외부에서 청탁을 받고 그런 것이냐는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질책 당한 정확한 날짜를 놓고 변호인 측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주씨는 “지침서 검토 의견을 보낸 다음 날인 2015년 2월 13일로 기억한다”고 했지만 유 전 본부장 출입국 기록에 그해 2월 12~19일 필리핀을 다녀온 것으로 돼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에 “증인이 날짜를 잘못 기억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현 국회의원 후보)는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사업의) 고정 이익을 확정해서 (예상 이익의) 70%를 환수하는 것은 내가 설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었죠. 사업 설계 당시 택지개발 예상 이익이 3600억원 정도였기에 이 중 1830억원을 확정 이익으로 배당받았고, 사업자에게 서판교터널 등 기반시설 공사비 900억원을 추가로 부담시켰다는 게 근거입니다.

문제는 이런 공사비를 다 부담하고도 실제 개발이익이 6000억원가량 발생했다는 거였죠. 사업자들은 결국 택지개발 이익금 4040억원을 챙긴 데다가 별도로 수천억대 아파트 분양이익도 챙겼죠.

주씨는 다만 공판에서 "정답은 없기 때문에 확정이익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다만 남은 수익의 일부를 성남도공에 배당하겠다고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는 성남도공 실세…성남시장과 가까운 관계라"

검찰은 이날 주씨에게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이 관리하지 않는 개발사업본부 업무도 지시할 정도로 성남도개공 내 실세였느냐"고 물었습니다. 주씨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주씨는 유 전 본부장이 영향력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가까운 관계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각각 청구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의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면서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이달 22일 0시에 구속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영장이 새로 발부되면서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다시 최대 6개월 동안 구속 상태가 유지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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