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역주행땐 벌금? 차도 옆이면 ‘O’ 인도 옆이면 ‘X’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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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전문기자의 촉: 헷갈리는 자전거도로 법규]

서울 광화문 앞 도로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앞 도로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 [연합뉴스]

 요즘 서울시내 등 도심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엔 주행방향을 알리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화살표에 엑스자(×)를 넣어서 진입금지를 알리는 표시도 종종 있습니다.

 자전거도로가 넓은 경우엔 양방향 통행이 가능하도록 중앙선을 그려넣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안전을 고려해 한쪽으로만 달리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만일 이런 주행방향 표시나 진입금지 표시를 어기고 '역주행'을 하면 경찰에 단속될까요. 또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과 부딪혀 상해를 입히는 사고를 내는 경우 중과실로 처벌될까요.

 답은 흔히 하는 말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어떤 자전거도로냐에 따라 차이 나고, 또 해당 표시가 어떤 절차를 거쳐서 그려진 것인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인데요.

 기본적으로 자전거는 도로교통법(도교법)의 적용을 받는 차마(車馬 )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자동차와 동일한 방향(우측통행)으로 주행해야 하는데요. 도교법엔 자전거가 차도로 갈 때는 중앙선의 오른쪽 도로 가장자리로 달리도록 돼 있습니다.

인도와 나란히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 [연합뉴스]

인도와 나란히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 [연합뉴스]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되는 자전거도로는 차도 가장자리에 만든 경우입니다. 서울에선 광화문이나 종로 등에 이런 자전거도로가 설치돼 있는데요. 이 자전거도로를 거꾸로 달리다 적발되면 중앙선침범(역주행 포함)으로 범칙금 3만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인도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자전거전용도로는 조금 복잡합니다. 이 도로는 차도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데요. 시청주변이나 마곡나루역 주변에 설치된 자전거도로가 이런 유형입니다.

 이런 도로에서 단속 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려면 주행방향 표시나 진입금지 표시가 관할 경찰서의 규제심의를 거쳤느냐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규제심의를 거치지 않고 구청 등 지자체가 임의로 그린 표시라면 도교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도 옆에 만들어놓은 자전거도로는 보도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교행(양방향 통행)이 된다고 봐야 한다"며 "규제심의 없이 자전거도로 설치 주체가 임의로 그려넣은 표시는 도교법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차도 위 자전거도로에서 역주행 사고를 내면 12대 중과실에 해당돼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마곡나루역 주변 자전거도로에서 노면표시와 반대로 달리고 있는 자전거. [강갑생 기자]

마곡나루역 주변 자전거도로에서 노면표시와 반대로 달리고 있는 자전거. [강갑생 기자]

 반면 인도 위나 한강변 등에 만들어진 자전거전용도로는 주행방향 표시나 중앙선이 경찰의 규제심의를 거쳐서 그려진 게 아닌 이상 12대 중과실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사고 책임 등을 가릴 때도 역주행이나 중앙선 침범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자전거 이용자 입장에선 이들 표시가 법적 효력이 있는지를 사실상 알기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관련 내용에 대한 안내나 교육도 전혀 없기 때문인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칫 자전거 이용자들 사이에 적지 않은 혼란과 다툼이 생길 개연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한해 자전거 관련 사고는 1만 3000건(자전거가 피해자인 경우 포함)이나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20년 말부터는 자전거도로에 전동킥보드의 주행도 허용됐는데요. 자전거도로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낮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전거도로 위치나 규제심의 통과 여부 등에 따라 법 적용이 제각각이라면 자전거 이용자 사이에 갈등만 커지고 정부의 자전거 행정에 대한 불만도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라도 중앙부처와 경찰청,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모호하고 헷갈리는 자전거도로 관련 규정을 서둘러 통합·정비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안전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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