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朴 탄핵한 안창호, 文 겨냥 "수사 방해는 민주주의의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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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9일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경록 기자

2019년 11월 19일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경록 기자

안창호(65·사법연수원 14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자문위원장이 올해 처음 열린 자문위 회의에서 “수사를 방해하는 외압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여권이 자신들에 대한 검찰수사를 방해했다는 논란을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라고 해석된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면전에서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고위공직자범죄 수사라는 본분을 망각했다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공수처 역시 지난해 3월부터 검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뭉개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진욱 처장의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논란을 시작으로 검찰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문재인 청와대의 기획사정 의혹 등 수사와 관련해서다.

朴 탄핵한 안창호 전 재판관, 자문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쓴소리

공수처는 지난 13일 공수처 자문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김진욱 처장은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제2대 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안 전 재판관은 서울고검장까지 지낸 검찰 출신으로서 2012년 9월부터 2018년 9월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맡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등을 처리했다. 이 기간 김 처장도 헌재에서 헌법재판소장 비서실장, 헌법연구관 등으로 함께 일한 바 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 전 재판관은 첫 회의를 주재하며 “다시금 공수처법을 읽어보니 공수처의 권한이 참으로 막대하다. 이는 국민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걸 말하는 것”이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통신자료 점검 지침’ 제정 경위에서 알 수 있듯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은 공수처에 큰 권한을 준 만큼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지난해 통신사찰 논란을 일으킨 걸 안 전 재판관이 비판한 것이다. 공수처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에 대한 공수처장의 관용차 에스코트 CCTV 영상 보도, 이성윤 공소장 보도를 한 기자들을 상대로 통신영장을 발부받은 뒤 이들과 통화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연락한 동료 기자, 부모·친지 등을 무차별로 통신조회해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안 전 재판관은 이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곳이며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정의를 세우고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수사는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 것인데 수사를 방해하는 외압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를 방해하는 외압에는 신념을 가지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라고도 강조했다.

안 전 재판관 발언은 “앞으로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하다 외압을 받으면 굴하지 말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문 정부 시절 당시 여권이 검찰에 가한 수사방해 논란을 공수처가 수사하라”라는 뜻이라고 한 자문위원은 설명했다. 과거 문 정부는 당시 여권을 겨냥한 다수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부당하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수사팀 검사들을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한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처장의 공수처가 문 정부 범죄를 수사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문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공수처 탄생에 공을 들였고 김 처장은 문 정부 말기에 임명된 만큼 ‘문재인 사람’이란 평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안 전 재판관에 앞서 윤 대통령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지난 2월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해야 한다”라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기자가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5월 11일 경남 양산시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 문 대통령과 과거 참모진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5월 11일 경남 양산시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 문 대통령과 과거 참모진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안창호 “정의 세우지 못하면 공수처 폐지 논의 본격화할 수 있다”

안 전 재판관은 자문 회의에서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버려져 밟힐 뿐”이라며 “공수처가 정의를 세우지 못한다면 폐지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수처의 수사 실력을 향상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안 전 재판관은 “칸트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바로 세우라고 했다”라며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할 때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있는 것을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실력 배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수처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곳이므로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구성원 개개인의 굳은 의지를 주문했다. 부당한 정치적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공수처 간부는 물론 직원 모두가 막스 베버가 얘기한 덕목인 ‘열정’ ‘책임감’에 더해 ‘균형감각’을 가지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임 자문위원장의 쓴소리대로 공수처가 문 정부와 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관련 고위공직자범죄 의혹을 동시다발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처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의 존재 이유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어떤 정부에서도 우리는 우리 일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관적인 원칙에 따라 수사해나간다면 나라를 위해 기여하는 길이고 윤석열 정부를 위해 기여하는 길”이라고 했다. 다만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재의 25명에서 4배 이상인 세 자릿수로 늘려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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