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번은 여론 엇갈렸다...국립박물관 국빈만찬, 이번엔?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5.21 05:00

업데이트 2022.05.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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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21일 박물관에서 만찬을 하는 한미 정상이 함께 관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1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21일 박물관에서 만찬을 하는 한미 정상이 함께 관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1

국립중앙박물관이 또 만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공식 만찬이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논란입니다.

청와대 대신 용산 국방부 청사에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이 마련되면서 향후 국빈 만찬이 어디에서 열릴지는 취임식 이전부터 세간의 관심사였습니다. 국방부 청사와 가까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전쟁박물관이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됐고, 지난달 말 이미 몇몇 매체는 ‘당선인 측 관계자’ 말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지요.

18일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휴관 공지. [인터넷 캡처]

18일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휴관 공지. [인터넷 캡처]

국립중앙박물관이 만찬 장소로 확정됐다는 사실은 지난 18일 박물관 홈페이지에 “21일 국가중요행사로 인해 기획전시실을 제외한 모든 시설에 대하여 임시 휴관을 실시할 예정”이란 공지가 올라오면서 알려졌습니다. 상설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의 21일 전시가 취소됐고, 기획전시관의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도 21일 오후 3~8시 회차 예매자는 입장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관람일 불과 3일 전 취소 통보를 받은 예매자들 입장에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특히나 ‘광클’ 경쟁을 뚫고 토요일 오후 티켓 예매에 성공한 이건희 컬렉션 예매자들은 “문화향유권 침해”라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여기에다 “온도ㆍ습도에 예민한 유물 옆에서 취식을 한다니”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찬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의 공식 만찬과 2012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배우자 만찬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두 만찬 모두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열렸는데, 각각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G20 정상회의 만찬은 박물관 상설전시관 내 특별전시실에서 열렸습니다. 만찬장에는 신라 금동관, 금제 허리띠, 오리모양 토기 등이 함께 전시됐었지요. 그날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문화가 이렇게 독창적인 줄 몰랐다. 신흥부국인 한국의 훌륭한 문화시설에도 놀랐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한 좋은 기회였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해 12월 ‘G20 정상회의의 환영리셉션ㆍ업무만찬 의궤’라는 책자까지 발행해 준비·진행 과정을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당시 최광식 박물관장이 2011년 문체부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도 G20 정상회담 만찬의 성공적 진행이 인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니, 그 만찬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긍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1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배우자 만찬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유물을 감상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배우자 만찬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유물을 감상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2년 후 핵안보정상회담 때는 돌연 비판의 목소리가 도드라졌습니다. 만찬장에 조선 목가구, 백자 달항아리, 분청사기 등을 전시한 것을 두고 “문화재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시켰다”는 ‘공격’까지 당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를 해명하기 위해 공식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뉴욕 MoMA 등 세계의 주요 박물관에서도 전시공간을 활용해 만찬을 포함한 다양한 행사가 이뤄지는 등, 현재 박물관은 복합 문화 활동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증대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만찬 장소로) 선정된 것은 우리나라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판단됐기 때문” 등의 내용이었지요.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두 차례 만찬 모두 당시 진행 중인 전시가 없었던 공간에서 이뤄졌고, 유물을 철저히 밀폐된 유리장에 넣어 전시하는 등 모든 조건이 똑같았는데 왜 여론은 그렇게 달랐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10년 전 곤욕을 치른 박물관 측은 이번 만찬을 둘러싼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만찬과 관련한 모든 사항은 외교부 결정을 따른다. 만찬 장소로 확정됐다는 얘기도 이번주 초 들었다” “상설전시관 내 어떤 장소에서 만찬을 하는지도 모른다. 만찬장에 유물 전시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외교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등이 20일 오전 담당 부서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이렇게 모든 게 베일 속에 가려진 한미 정상회담 만찬이 오늘(21일) 저녁에 열립니다. 이번에도 만찬장에 유물이 전시될까요? 아니면 만찬에 앞서 두 정상이 이건희 컬렉션 전시나 반가사유상 두 점이 함께 있는 ‘사유의 방’을 둘러보려나요? 10년 전 똑같은 논란을 겪었으면서도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국립중앙박물관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시작돼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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