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병 국민연금 6개월만 인정, 이게 말되나" 연금전문가 분노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5.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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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사단 장병들이 폭염 속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39사단 장병들이 폭염 속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전문기자의 촉: 빈약 그 자체 연금크레디트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입니다."
19일 한국연금학회·국민연금연구원이 주최한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제도 구축' 국제세미나에서 광주과학기술원 김상호 교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을 지낸 연금 전문가이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국민기초생활보장제(1층)-국민연금(2층)-퇴직연금(3층)의 다층연금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 발제가 끝나자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 회장)이 "그렇게 하면 국민연금 보장의 적정성에 문제가 없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설명.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요. 군복무기간이 24개월(2008년 도입 당시 기준, 현재 18~22개월)인데 왜 6개월만 인정하느냐, 말이 안 됩니다. 허울만 좋을 뿐. 독일은 출산하면 3년 치를 보장합니다."

김 교수는 크레디트(credit) 제도의 부실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게 탄탄하면 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크레디트는 군 복무와 출산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걸 말한다. 국방의 의무와 출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6개월 치 보험료 인정액도 인색하다. 전체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약 30만원)만큼 낸 것으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절반(15만원)만 낸 것으로 본다.

출산 크레디트도 첫째 아이는 0이다. 2명을 출산하면 12개월, 3명 30개월, 4명 48개월, 5명 이상 50개월을 인정한다.

자료: 보건복지부

자료: 보건복지부

연금 선진국과 비교하면 김 교수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은 실업·양육·노인봉양·질병(장애)·군 복무·사회봉사 등의 다양한 크레디트를 운영한다. 자녀당 3년, 전체 가입자 평균 보험료로 인정한다. 군 복무는 최대 18개월 인정한다. 스웨덴은 자녀당 4년, 군 복무 전 기간을 인정한다. 프랑스는 자녀당 2년 인정하되 3자녀부터 연금액을 10% 올려준다. 영국은 12세 미만 아동수당 수급 기간 전체를 인정한다.

그래서 군 복무 크레디트는 복무 기간을 전부 인정하고 보험료 인정액도 30만원으로 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출산 크레디트는 최소한 첫째 아이 6개월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1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2014년 국회의원 시절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크레디트 제도가 선진국보다 종류가 적고 인정 기간이 짧다"고 지적했다. 영국 10개, 독일 6개, 프랑스 5개, 스웨덴 4개인데 한국은 2개(이후 실업 크레디트가 도입돼 3개)뿐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에 수많은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고 먼지만 쌓여있다가 폐기됐다. 정부는 "불합리한 점이 있지만, 돈이 많이 들어 이것만 먼저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언제 한다는 걸까. 연금개혁 때 같이 다뤄야 한다는 거다.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제왕절개 수술이 끝난 뒤 간호사가 신생아를 인큐베이터를 이용해 음압격리병실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제왕절개 수술이 끝난 뒤 간호사가 신생아를 인큐베이터를 이용해 음압격리병실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김상호 교수는 "사기"라고 반박한다. 김 교수는 "크레디트는 연금재정이 아니라 국가가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 일반 예산(1조원 추정)으로 해야 하는데, 왜 연금개혁과 연결하느냐"고 지적한다. 출산 크레디트 비용의 70%를 연금재정이 맡고 있는데 이건 이 제도가 있으나마나 하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2008년 출산 크레디트 도입 당시 기본적으로 아이 1명은 낳는다고 가정해서 둘째부터 인정했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는데도 바꾸지 않는다. 이건 사기다"라고 비판한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연금개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을 강조했다. 첫걸음이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출범하는 것인데, 아직 움직임이 없다. 연금개혁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노무현 정부 때 국민연금만 고치는 데 5년 걸렸다. 지금 정부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 등을 모두 들고나온다. 이 정부 임기 내에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또 빈약한 군 복무·출산 크레디트에 속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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