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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추앙(推仰)을 외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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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31면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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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推仰)’은 일상에서 낯선 단어다. 그런데 최근 한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나를 추앙해! 난 한 번도 채워진 것이 없어. 나를 추앙해!’라고 절규한 장면이 큰 화제가 되면서 요즘 SNS에서 ‘추앙’이 다양한 모습으로 패러디되고 있다. 드라마에서 결핍을 채워 줄 절대적 지지와 응원을 뜻하는 ‘추앙’이 삶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에 위로를 준 모양이다.

‘추앙’의 사전적 의미는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다’이고, 추앙의 대상은 대부분 범접하기 어려운 위치의 위인이나 성인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일반적 기준의 추앙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갑질당하는 계약직이고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기 직전이다. 추앙을 요구받은 남자 주인공은 낮에는 싱크대 공장에서 일하며 밤에는 술로 세월을 보낸다.

오늘날 ‘추앙(推仰)’은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한자어로, 중국과 일본의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중국에서 ‘推仰’의 의미로 ‘敬仰’ ‘景仰’ ‘推崇’이 사용되고, 일본어에서 ‘あおぐ(仰ぐ)’ ‘敬うやま(敬)う’가 사용된다. ‘推仰’은 영어로는 ‘존중하다(respect)’나 ‘경외하다(revere)’보다 ‘숭배하다(worship)’에 가깝다. 숭배자는 숭배 대상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 숭배한다.

추앙에서 추(推)는 손 수(手)와 새 추(隹)의 결합으로 손(手)으로 새(隹)를 멀리 날아오르게 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설문해자』에서 ‘隹’에 대해 “꼬리가 짧은 새를 추(隹)라 하고, 꼬리가 긴 새를 조(鳥)라 한다”고 했다. 자형에 근거해 “목이 잘록해 소리를 잘 내는 새를 鳥, 목이 짧아 잘 울지 못하는 새를 隹라 한다”라는 해석도 있다. 이러한 해석에 한정해서 보면, ‘隹’는 대부분 꼬리가 짧고 잘 울지도 못하는 새이고 새 중에도 덜 사랑받는 새일 가능성이 높다. 앙(仰)은 人(사람 인)이 의미부이고 卬(나 앙)이 소리부다. ‘卬’은 앉은 사람(卩)이 서 있는 사람(人)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추앙’의 기존 용례에서 그 대상은 주로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隹’의 한자어원으로 유추해 보면 그 대상이 꼭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시대에 ‘推仰’이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들은 끊임없는 비교에 지치고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 누군가의 조건 없는 응원이 절실한 사람일 것이다. ‘모양 빠져’ 보이는 사람끼리 서로를 ‘추앙’해 높이 날아오르는 해방을 상상해 본다.

이진숙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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