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지속 땐 치매도 유발, 저염식·운동 병행 살 빼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2.05.21 00:21

업데이트 2022.05.2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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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28면

헬스PICK

가족·지인 중 한두 명씩은 앓고 있는 병이 있다. 바로 고혈압이다. 만 20세 이상 한국인 약 3명 중 1명은 혈압이 적정 수준보다 높은 상태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혈압이 높은 상태로 5~10년 정도 지나면 혈관이 서서히 망가진다. 고혈압을 소리 없는 암살자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사망 위험요인 1위로 고혈압을 지목했다. 흡연·음주·매연·비만보다 고혈압이 건강에 더 치명적이라는 의미다. 5월은 혈압 측정의 달이면서 세계 고혈압의 날(5월 17일)이 있다. 적극적인 혈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 성인 3명 중 1명 혈압 높아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고혈압은 140/90㎜Hg 이상일 때다. 혈관의 압력이 높은 상태인 고혈압은 그 자체로 건강에 위협적이다. 증상이 없다고 괜찮은 게 아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찬주 교수는 “동맥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혈관 내벽에 염증 반응이 생기면서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고혈압은 합병증이 무섭다. 수축기·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크면 혈관 손상이 가중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뻗은 혈관을 파괴하면서 뇌·심장·눈·콩팥 등을 공격해 각종 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 같은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115/75㎜Hg때부터 증가해 혈압이 20/10㎜Hg씩 증가할 때마다 2배씩 계속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뿐만이 아니다. 고혈압으로 뇌 미세혈관 손상이 오랫동안 지속하면 뇌 인지기능이 약해져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진다. 고혈압으로 눈의 망막 동맥이 좁아지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고위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혈압 관리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이다. 올해는 새로운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고위험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을 130/80㎜Hg로 강화했다.

이미 고혈압으로 진단받았고 ▶증상이 없더라도 왼쪽 심장이 비대해지는 등 무증상 장기 손상이 있을 때 ▶심혈관 위험인자가 3개 이상일 때 ▶당뇨병을 동반할 때 ▶단백뇨를 동반한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을 때 등은 고혈압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큰 고위험 고혈압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는 “치료 목표를 강화해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했더니 위험한 심혈관 사건 발생이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가 수축기 혈압을 10㎜Hg 낮추면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관상동맥 질환, 뇌졸중, 심부전 등으로 인한 총사망률을 10~30% 줄일 수 있다.

고령층이라면 콩팥 기능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심장과 콩팥은 혈역학적으로 하나다. 혈관을 통해 혈압은 물론 전해질·체액량 등을 함께 조절한다. 그런데 근육량·영양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는 크레아티닌 검사만으로는 고령층의 콩팥 사구체 여과율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김근호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회장)는 “고령층은 콩팥 기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시스타인C를 추가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콩팥 기능이 나빠졌다면 더 엄격하게 혈압을 조절하면서 고혈압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나이, 운동 부족, 스트레스, 짜게 먹는 식습관 등으로 혈압이 슬금슬금 높아져도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연히 대처도 늦을 수밖에 없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손일석 교수는 “고혈압이 없더라도 최소한 1~2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자신의 혈압을 측정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집에서 매일 혈압을 측정·기록하면서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 아침·저녁으로 하루 2회 혈압을 반복해 측정하면 혈압 상승으로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매일 측정이 어렵다면 적어도 병원 진료일 직전 일주일 정도만 혈압을 측정해도 임상적으로 도움이 된다. 평소에는 혈압이 높은데 병·의원에서 검사할 땐 정상 범위로 측정되는 ‘가면 효과’나 의료진이 혈압을 재면 나도 모르게 긴장해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 효과’를 걸러낼 수 있다. 특히 가정 혈압 측정은 뇌졸중 발생의 가장 강력한 요소인 아침 고혈압을 발견하는 데 효과적이다.

집에서 혈압을 잴 때는 ▶측정 30분 전 카페인 섭취나 운동·흡연·목욕·음주를 삼가고 ▶아침 혈압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용변을 본 후 식사를 하기 전, 아침 혈압약 복용 전에 측정하고 ▶저녁 혈압은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이내 자리에 편안하게 앉은 상태에서 등을 펴고 다리는 꼬지 않은 자세로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후 2분 간격으로 2회씩 잰다. 측정한 혈압은 모두 기록한다.

당뇨병 있으면 혈압 130/80㎜Hg 유지해야

혈압을 낮추는 생활습관도 실천한다. 좋은 생활습관은 약만큼이나 뚜렷하게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먼저 저염식이다. 짭짤한 음식을 덜 먹으면 혈압도 떨어진다. 고혈압 환자에게 4주간 염분 섭취를 하루 3g으로 제한했더니 12g의 염분을 먹은 사람보다 혈압이 16㎜Hg나 떨어졌다. 소금 섭취는 중심동맥혈압에 직접 영향을 미쳐 치명적 고혈압 합병증 발병 위험을 높인다. 둘째로 유산소 운동도 필수다. 규칙적 운동으로 심폐 기능이 개선되면서 고혈압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

셋째로 체중 감량이다. 살을 빼면 혈압이 떨어진다.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왼쪽 심장이 커져 고혈압 합병증 위험이 높다면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도움된다. 저염식·운동 등을 병행하면 체중 감량에 의한 혈압 감소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넷째로 술·담배도 자제한다. 알코올·니코틴은 혈압을 높이면서 혈압약의 효과를 방해한다. 알코올은 어떤 종류든 많이 마시면 혈압이 높아진다. 담배도 피우는 순간 혈압이 치솟는다. 마지막으로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다. 특정 영양소를 챙겨 먹기보다는 과일·채소·두부·생선 등의 섭취량을 늘리고 지방은 덜 먹는 식단으로 바꾼다. 이런 방식으로 먹으면 영양소 상호작용으로 지질 대사를 개선해 혈압을 11/6㎜Hg까지 낮출 수 있다.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12주 이내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고혈압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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