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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번득이는 현대적 이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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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21면

법과 문학 사이

법과 문학 사이

법과 문학 사이
안경환 지음
까치

“당신네가 가르쳐 준 그 나쁜 짓을 실행하겠소. 아니, 더 철저히 하겠소!”

셰익스피어 희극 『베니스의 상인』은 유쾌한 이야기 속에 계약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을 품고 있다. 샤일록은 안토니오가 빚을 갚지 못했을 때 심장 1파운드를 떼어가겠다는 잔인한 계약을 이행하려 한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나쁜 짓’은 극 중 재판에서 기각된다. 오늘날 신체 포기각서가 효력이 없듯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여겼던 중세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법학 교수인 저자는 문학에 깃든 다양한 법 이야기를 파고든다. 여러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다툼과 갈등, 재판을 분석하며 각 시대의 법적 쟁점을 고찰한다. 1995년 처음 출간된 초판에서 소개한 100편을 24편으로 줄여 시간 순서대로 재배열했다.

개정판은 『일리아스』, 『신곡』, 『동물농장』 등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을 더 친절하게 해설하고 최근의 사회 변화와 이슈를 반영해 시의성을 더했다. 예컨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로봇의 인생을 그린 공상과학소설 『200세 인간』과 최근 혐오 발언을 내뱉은 채팅봇을 비교하며 인공지능의 법적 권리와 책임을 고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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