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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도형 폰지 사기 혐의 검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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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12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1호 지시’로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국산 가상자산 루나·테라(UST) 가격 폭락 사태를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합수단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이 코인들을 발행하고, 테라를 맡기면 연 20% 가까운 이율을 지급한 운용 과정에 대해 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 검토 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20일 루나·테라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권 대표를 고소한 사건을 합수단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합수단은 경제·금융 전문 수사단으로 2020년 1월 폐지 이후, 2년 4개월 만에 다시 설치됐다. 합수단은 테라 코인을 구매해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하면 연 19.4% 이자 수익을 돌려받는 구조가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 수익을 주는 돌려막기식 금융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 대표 등이 만든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를 구매해 맡기면 이자를 지급하고, 이자를 받고 테라를 빌려주는 은행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예치금 이자는 연 19.4%였고, 대출 이자는 연 12.4%인 역마진 구조였기 때문에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폰지 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법조계에선 권 대표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구조에 기반해 고이율 이자를 약속한 사실이 밝혀지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곽준영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는 “20% 이자를 홍보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다른 수익 구조를 마련해 놨는지가 중요하다”며 “이자를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앵커 프로토콜 시스템과 자금 흐름 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사수신행위를 적용하기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상 ‘금전’을 받아 자금을 조달해야 유사수신 행위로 보는데, 코인은 금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변호사는 “아무것도 없이 후발 투자자 돈으로 앞선 투자자 이자를 줬다면 폰지 사기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유사수신 혐의를 적용하려면 금전을 받거나 사채(社債)를 발행해야 하는데, 코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확대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이 경찰로 사건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검찰청법을 보면 유사수신행위가 직접 수사권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고, 5억원 이상 피해액이 발생한 사기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다. 고소인 중 손실액이 5억원 넘는 투자자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가 5억원 이하인 탓에 경찰이 맡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어디에서 사건을 맡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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